때 아닌 ‘홍역’ 확산에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첫 환자가 신고된 이후 확진자만 40명 가까이 된다.
홍역은 발열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며 온몸에 발진이 생기는 질환이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며, 홍역 환자와 접촉 시 90% 이상 홍역에 걸릴 만큼 전염성이 높지만 백신 접종을 통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수립된 ‘국가 홍역 퇴치 5개년 계획’에 따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접종을 시행했고, 그 결과 홍역 예방 접종률이 97~98%로 높아졌다. 201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국가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 정은경 본부장은 “홍역은 메르스와 다르다. 홍역은 치명률도 낮고, 예방접종률도 높아 집단면역으로 전파가 차단된다”며 “환자 규모는 조금 늘어날 수 있지만 전국적인 발생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설날 즈음해서 (규모가) 커지거나 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산발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유럽·중국·태국·필리핀 등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홍역 예방백신 2차 접종률은 85% 이하로 낮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서 홍역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홍역이 발생한 대구 지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 유전형도 주로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유행 중인 B3형, 경기도는 D8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남 신안군, 서울시, 경기 안양시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홍역 환자 또한 베트남, 태국, 필리핀 여행 후 홍역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역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1회 접종만으로도 93%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지만, 면역력 확보를 위해서는 2차 접종까지 하는 것이 좋다. 국내 1차 접종 시기는 생후 12~15개월, 2차는 만 4~6세이다.
성인이더라도 방어 항체가 없다면 홍역 유행국가로 여행하기 4~6주 전 2회 접종(최소 4주 간격)을 완료해야 한다. 특히나 현재 20~30대인 젊은 청년들은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백신 도입 시기에 있다. 우리나라 홍역 백신이 도입된 것은 1965년이지만, 국가에서 권고한 시기는 1985년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 번 접종이 권고됐고, 두 번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시기는 1997년이다. 즉 1985년과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지금의 20~30대 성인은 홍역 백신을 한 번만 맞았거나, 접종을 안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4년 질본이 연령별 3500명 대상으로 홍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5년 전 16에서 19세 사이에서 홍역 항체 양성률은 50%정도였다. 20에서 24세는 70%에 불과했다. 5년 지나 이들은 20대가 됐다.
이에 질본은 ▲동남아, 유럽 등 홍역 유행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1967년 이후 출생자 중 홍역 병력이 없거나(자연면역항체 미생성) 홍역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MMR 예방접종을 최소 1회 이상 맞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단 임신 또는 면역 저하 상태인 경우에는 생백신 투여가 금기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여행 중에는 감염예방을 위해 손씻기, 기침예절 지키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고, 여행 후 홍역(잠복기 7~21일) 의심 증상이 나타난 경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열을 동반한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문의해 안내에 따라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질본은 “특히 홍역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인 등 보건의료기관 종사자는 접종력 및 홍역 항체가 없는 경우 MMR 2회 접종(최소 4주 간격)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발열을 동반한 발진 환자가 내원 시 선별 분류해 진료하고, 홍역 여부를 확인해 의심환자는 관할 보건소에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