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한 가짜 돼지고기, 국내산보다 비싸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한 가짜 돼지고기, 국내산보다 비싸

기사승인 2019-01-28 18:23:37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 50점 중 10%는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한 ‘백색 돼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가 다른 수입 돼지고기에 비해 프리미엄 고급 품질로 인식되고 있어 국내산 돼지고기 대비 가격이 1.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음식점 및 유통매장(온라인 쇼핑몰 포함) 41곳에서 ‘이베리코 흑돼지’로 판매하는 50점에 대해 모색 유전자 검사를 통한 흑돼지 여부 판별검사 및 가격, 표시광고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는 최근 TV 먹방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SNS 등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 ‘세계 4대 진미’ 등으로 광고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최고급 돼지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음식점, 정육점,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모색 구분 유전자분석 및 잔류항생제 검사를 통해 ‘이베리코 흑돼지’ 인지를 확인하고, 음식점과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이베리코 목살 가격과 한돈(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 목살 가격 비교, 이베리코 흑돼지 표시광고 내용을 살펴봤다.

서울시내 음식점, 정육점, 대형마트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 50점을 대상으로 모색 구분 유전자분석을 한 결과, 5개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닌 백색 돼지였다.

백색 돼지로 판별된 5점 중 3점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거한 제품으로, ▲쿠팡에서 판매한 이베리코 베요타 목살 구이(제조 및 판매: 국제식품)와 ▲리베리코 목살(다모아영농조합법인) ▲이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한 이베리코돈목살(제조원: 성림쓰리에이통상, 판매원: 동원홈푸드)이다. 

또 일반정육점에서는 ▲경동시장 내 정육점에서 수거한 목살 1점과 ▲동대문 소재 음식점에서 수거한 1점이 백색 돼지였다.

 

게다가 대부분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은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는 일부의 사실을 전체로 과장해 광고함으로써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베리코 돼지 등급을 관리하고 있는 스페인 이베리코위원회의 등급 기준에 따르면, 사육기간 중 대부분의 기간에는 배합사료를 먹여 키우다가 도토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방목하여 도토리를 먹게 사육하는 것이다”라며 “이베리코 흑돼지 등급 중 도토리를 먹여 방목하는 것은 최고 등급인 베요타(BELLOTA)와 그 다음 등급인 세보데캄보(Cebo de Campo) 뿐이고, 세보(Cebo) 등급은 도토리를 먹이거나 방목해 키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라고 광고하는 것은 사육기간 내내 도토리를 먹여 방목해 사육한 것처럼 소비자에게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과장광고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소미자시민모임은 일부 음식점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이베리코 흑돼지’에 대해 ‘베요타(BELLOTA), 세보데캄보(Cebo de Campo), 세보(Cebo) 등급을 표시해 판매하고 있는데, 해당 등급은 하몽(생햄)의 원료육을 위한 등급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도축이후 하몽의 원료(앞다리, 뒷다리)에 대해서만 라벨을 표시해 관리하고 있고, 생육에서의 등급 표시는 별도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점과 인터넷쇼핑몰에서 ‘이베리코 베요타’로 판매하고 있는 경우, 등급 표시가 없는 ‘이베리코 흑돼지’에 비해 1.3~1.4배 더 비싸게 판매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음식점에서 ‘이베리코 베요타’의 경우 100g 당 평균 가격이 1만750원인데 비해 등급 표시가 없는 경우는 100g 당 평균 8220원으로 베요타 등급으로 표시한 제품이 약 1.3배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며 “인터넷쇼핑몰 역시 ‘이베리코 베요타’는 100g 당 평균 가격이 4060원으로, 등급표시가 없는 ‘이베리코 흑돼지’ 100g 당 2940원에 비해 약 1.4배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실제 스페인 현지에서도 하몽(생햄)이 아닌 일반 생육은 ‘베요타, 세보데캄포, 세보’ 등급에 대한 관리가 별도로 하지 않아,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의 등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에 따라 표시 판매 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수입육 등에 대한 표시 광고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와 국내산 돼지고기의 가격을 비교했을 땐,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가 국내산 보다 1.3배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부위의 평균가격은 100g 당 3410원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목살(2680원)과 삼겹살(2570원) 가격을 비교했을 때 1.3배 비쌌다.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 중 최저 가격은 2500원(롯데마트몰), 최고가격은 4370원(이마트몰)으로 최대 1.8배 차이가 났다. 특히 가격이 가장 비싼 제품은 ‘이베리코 흑돼지’ 중에서도 등급이 가장 높은 ‘베요타’였다.

인터넷 쇼핑몰 평균 판매 가격은 100g당 3280원으로 나타났고, 최저가격은 1980원(쿠팡), 최고가격은 5170원(마켓컬리)으로 제품 간 최대 2.6배 차이가 있었다.

특히 쿠팡에서 판매한 ‘이베리코 베요타 목살 구이(제조 및 판매: 국제식품)’는 100g당 가격이 3760원으로 타 쇼핑몰의 베요타 등급 제품보다 저렴한 편이었지만, 이번 판별검사 결과 흑돼지가 아닌 백색 돼지로 판별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이베리코 흑돼지’ 판매 음식점 24곳의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의 100g 당 평균 판매 가격은 8360원으로 나타나 서울시내 한돈(국내산 돼지고기) 인증 음식점의 삼겹살, 목살 평균가격인 7680원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음은 “이번 조사결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 중 일부가 가짜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판매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입, 유통 단계에서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온라인 유통에서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만큼 ‘이베리코 흑돼지’가 둔갑판매 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이베리코 흑돼지 중 하몽(생햄)에 대한 등급을 마치 일반 생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처럼 과장해 광고하고 있어 수입, 유통, 판매 업체들은 ‘이베리코 흑돼지’의 표시 광고와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베리코 흑돼지’의 등급에 대한 표시의 경우 명확한 근거를 확인하고 표시 광고할 수 있도록 수입육 및 축산물의 표시 광고에 대한 관련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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