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떠들썩한데 딱 한 사람은 조용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에 말을 보태느라 바쁜데, 정작 이 클럽을 운영한다고 알려진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승리가 지난주 클럽 이사직에서 사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선 ‘꼬리 자르기’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했습니다. 폭행 피해자라고 밝힌 김상교씨는 이날 오전 클럽 버닝썬에서 한 여성을 도우려다가 클럽 이사 장모씨와 클럽 보안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공개된 사건 당시의 영상을 보면, 장씨 등 클럽 관계자들은 김씨를 클럽 밖으로 끌고 나와 무차별적으로 폭행합니다.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남 역삼지구대 경찰들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갔습니다. 김씨는 ‘왜 나를 잡아가느냐’며 항의하다가 체포 과정에서 경찰에게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역삼지구대와 이후 이관된 강남경찰서에서도 경찰의 폭행이나 협박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김씨는 경찰이 정확한 사유를 알리지 않고 증거자료인 CCTV 열람 신청을 막는다며, 서울 강남경찰서를 증거인멸과 직무유기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의 입장은 김씨의 주장과 엇갈립니다. 서울 강남경찰서장 이재훈 총경은 지난 29일 낸 입장문에서 “현장 출동한 경찰관으로서는 추가 피해 방지 등 초동조치가 우선이다. 당시 김씨는 위력으로 업무방해를 하고 있었고 보안요원들을 때렸다는 피해 진술까지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클럽 버닝썬 측은 김씨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끌고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폭행에 대해서는 사과하며 관련자들을 징계·퇴사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을 우발적이고 단발적인 폭행 시비로 볼 수 있을까요. 김씨는 클럽과 경찰 사이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폭행뿐만 아니라, 클럽 내부에서 횡행하는 성폭력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입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또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SNS를 통해 “개인의 사건이라 생각하고 덮는다면 그 다음 피해자는 다시 나옵니다”라면서 “반복되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승리가 이번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건 그래서입니다. 승리는 자신이 클럽과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승츠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가 운영한다는 가게 역시 방송에 노출되며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클럽 안에서 범죄가 횡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승리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승리가 지난주 클럽 이사직을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거세졌죠. 일각에선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승리는 사건 보도 이후 내내 침묵을 지키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지난 29일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19 KCAB’ 시상식에도 참석했습니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식입장을 내기는커녕, 새로 데뷔하는 보이그룹 홍보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승리와 YG엔터테인먼트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