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조카 얼굴이라도 봤으면” 이산가족 화상상봉 무산, 또 미뤄진 만남

“설에 조카 얼굴이라도 봤으면” 이산가족 화상상봉 무산, 또 미뤄진 만남

기사승인 2019-02-02 06:05:00

설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무산됐다. 이산가족의 아쉬움은 깊어지고 있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은 이달 말 베트남 개최가 사실상 확정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도 오는 3월에서 4월말이 유력하다.

이에 화상상봉이 12년 만에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화상상봉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7차례 진행됐다. 남북 관계 경색, 정부당국과 대한적십자사의 노력 부족 등 이유로 이후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며 전환점을 맞았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지역 상설면회소의 빠른 개소와 화상상봉 및 영상 편지 교환 문제 우선적 해결을 약속했다.

화상상봉이 열리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정부의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 북한에 새로운 장비를 반입할 경우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다. 화상상봉은 서울-평양 등에 마련된 특정 장소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이뤄진다. 기존 설비는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사용을 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다. 광케이블을 깔고 시설을 정비하는 등 개보수가 불가피하다. 

예상외로 화상상봉 재개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미 외교당국 간 대북정책 협의체 ‘워킹그룹’이 출범했다. 양측은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과 유해발굴 사업 등에 대해서는 ‘제재 문제 없음’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미국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 ‘셧다운’이 35일간 진행된 것도 논의가 늦어지는 데 한몫을 했다. 

외교부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진척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산가족을 찾아 위로에 나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전후납북자 가족과 간담회를 가진 뒤 이산가족을 방문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도 북한 억류자 가족과 6.25 전쟁 납북자 단체를 대상으로 위로 방문했다.

지난해 8월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던 장사인(78)씨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씨는 지난 1949년 북으로 넘어간 큰형과 이별한 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장씨는 “통일이 됐으면 설에 이북에 있는 큰집에서 모였을 텐데 아쉽다”며 “형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조카들과는 편지만 교환해봤다. 화상상봉이 돼서 조카들 얼굴이라도 생전에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대다수가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화상상봉 재개는 대면상봉보다 더 시급하다. 몸이 불편해 금강산이나 이산가족상봉 장소에 가지 못하는 이들도 화상상봉으로 편리하게 생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생존자들은 고령화로 숫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 연간 이산가족 생존자 중 연간 4000명 정도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2603명 가운데 생존자는 5만7059명이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양국이 인도주의적 조치보다는 군사 부분 합의처럼 바로 눈앞에 성과가 보이는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후순위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설을 계기로 정부가 이산가족 대면상봉과 화상상봉 재개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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