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와 철강업계(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는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공급가격 인상을 두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이미 두 차례 가격 인상이 있었고,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산업의 특성상 후판의 가격이 더 오른다면 생존을 위협할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과거 조선업계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적자를 보면서 후판을 조선사에 공급해왔고,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원료탄 등의 가격도 오르고 있는 등 최근 업황 개선을 반영해 톤당 5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전체 실적을 봤을 때는 괜찮아 보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후판을 판매하는 후판사업부는 적자를 보고 있다”며 “조선업황이 어두울 때 고통분담 차원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조선업계에 후판을 공급했고, 최근에 오른 인건비만 반영해도 후판가는 정상화(인상)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철강 업계 관계자 역시 “조선업계의 업황 개선이 뚜렷해졌고, 이에 따라 가격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업계는 후판가가 인상되면 생존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는 수년째 적자가 지속된 업체별 후판사업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과거 수주했을 때 후판 가격은 t당 5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후판 가격이 60만원대로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이 컸다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 후판가가 더 오른다면 이제 회복의 조짐을 보이는 조선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2~3년 전 수주절벽(선가의 하락과 수주가뭄) 때 낮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에 최근 상승한 후판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조선업은 불황을 벗어나고 있고, 선박 가격 등도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후판가가 또 오른다면 이는 위태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에서 이제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탓에 물러설 자리가 없고, 철강업계 역시 조선업의 불황을 고려해 적자를 감내하고 후판을 판매해왔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양 업계가 팽팽한 대립 속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이목이 쏠린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