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선체 일부가 발견됐다. 사고 2년 만이다.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는 18일 “앞으로 블랙박스 및 추가로 찾는 증거를 통해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면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어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부의 느린 대처를 비판했다. 대책위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가족들이 느끼는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발리 침몰 선박을 찾아내고 블랙박스를 수거할 수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년간 ‘선례가 없어 심해수색을 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 가능할 경우에만 블랙박스를 수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정부의 우물 안 개구리식 탁상공론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날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17일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하고 인근 해저면에 이탈해있는 일종의 블랙박스인 VDR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해역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동쪽으로 약 3400km 떨어진 곳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VDR에는 날짜와 시간, GPS 선박 위치, 속력, 방위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며 “이를 기상 상태와 연계해 운행 적정성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사고 전 선박의 손상 여부 등과 관련한 자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베드 컨스트럭터'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출항해 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자율무인잠수정(AUV)을 투입해 수색을 진행해 왔다.
씨베스 컨스트럭터호는 열흘 안팎의 1차 수색을 끝낸 뒤, 이달 말 우루과이 몬테비오에 기항한 뒤 다시 사고 해역으로 이동해 15일 안팎의 2차 수색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선사 폴라리스 쉬핑이 운항하던 벌크선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우루과이 인근에서 침몰했다. 사고로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4명이 실종됐다. 문재인 정부는 같은해 5월 출범 직후 사고 원인 규명과 수색을 1호 민원으로 접수했지만, 2달 뒤 실종자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수색 종료를 통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오션인피니티사를 용역업체로 선정, 수색 작업을 맡겼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