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분야 중에서 자동차 업계가 노사 갈등이 가장 심하다. 매년 반복되는 자동차업계의 파업은 업체의 부담 증가는 물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 부진과 미래차 개발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노사간의 협업이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 자동차업계는 나홀로 ‘무풍지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1일까지 르노삼성 노조는 부산 공장에서 누적 168시간, 44차례의 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한 르노삼성의 직접적 손실 금액만 1850억원에 달한다. 협력업체가 입은 손실은 약 1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르노삼성 노사가 지난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10년 동안 부산 지역 매출 1위 기업의 자리를 지킬 정도로 부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부산 지역 수출에서도 르노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르노삼성 노사 갈등으로 부산 지역경제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이 160시간이 넘는 최장 기간 파업을 하면서 수출이 1년 만에 반 토막이 나고 조업 차질로 인한 르노삼성차의 피해액은 8000억여원, 협력업체 손실이 11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위해선 늦어도 하루 빨리 내에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부산공장을 찾아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한다”며 지난 8일까지 협상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 지난 상황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르노삼성차 노사가 시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고 촉구한 바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지난 4일 지역 상공계의 여망을 담아 조속타결을 호소했음에도 골든타임으로 알려졌던 8일까지 노사 간 합의가 불발된 것에 유감을 표하고, 부산경제의 미래를 위해 르노삼성 노사가 협상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성명서를 통해 “르노삼성차가 파업 장기화로 수출물량마저 정상적으로 배정받지 못한다면 기업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부분 파업의 장기화로 이미 막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조업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수백 개의 협력업체들은 이번 협상결렬로 도산마저 걱정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호소했다. 또한 부산상공화의소는 “사측은 지역사회의 요구와 신차물량 배정을 위해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나 보상금을 증액하였고, 인력충원, 중식시간 연장 등 근무강도 개선안과 함께 배치 전환절차 개선안도 추가로 제시”하는 큰 양보를 했다며, 이제는 노조가 협력업체들 및 부산시민의 간절한 요청에 긍정적으로 응답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에 대해 “사측이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최대한 성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한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협력업체 동료들과 제조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부산경제를 위해서 조합원 여러분의 현명하고도 통 큰 결단”을 부탁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