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가 지인에게 “우리 아빠가 경찰청장과 친하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방송한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황씨는 지인에게 경찰 고위층 인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황씨는 “중앙지검 부장검사? 우리 삼촌이랑 우리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개베프’”라며 “나 지금 남대문 경찰서에서 제일 높은 사람까지 만나고 오는 길이거든. 내가 사진도 올렸지만 그냥 민원실도 아니야. 경제팀도 아니고. 사이버수사팀도 아니야, 나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황하나가 누군지 모른다. 남양유업에 아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에선 황씨의 마약 투약 정황이 의심되는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서 황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몽롱하네. 저 커튼도 막 이렇게 보이고. 두꺼비 VIP”라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이다.
제보자는 황씨가 2015년 마약을 투약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면서 “(황씨에게) 주사기를 놓아줄 때 내가 목격해 방에서 다들 모여서 주사를 놓아줬다”라며 “항상 ‘주사기로 필로폰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황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황씨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첩보에는 서울 종로경찰서가 수사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황씨의 2015년 9월 필로폰 투약 혐의 외에도 다른 마약 관련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황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영장은 두 차례 모두 검찰지휘 단계에서 반려됐다. 검찰은 황 씨가 마약을 투약한 지 수년이 지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