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경기도립정신병원...의료급여 환자들 길바닥 내몰리나

'폐원' 경기도립정신병원...의료급여 환자들 길바닥 내몰리나

민간병원 꺼리는 의료급여 환자 주로 진료...폐원 여파 우려나와

기사승인 2019-04-10 03:00:00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경기도립정신병원이 폐원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길바닥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용인정신병원 폐원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년 전 우울증과 전환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청원자는 "용인정신병원 폐원 결정을 뉴스로 접하고 손이 떨렸다"며 "이제 겨우 살아갈 용기를 얻었는데 갈 곳(병원)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자해를 수없이 해왔다.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이 용인정신병원의 의사분들이었다"며 "이 병원이 없어진다면 저에게 맞는 병원과 선생님을 찾으려 몇년을 또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경기도립정신병원의 폐원 결정에 대한 환자들의 호소가 잇따르는 한편, 폐원 여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낮은 수가로 인해 민간병원이 꺼리는 의료급여 환자들은 치료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의료급여 환자들은 제대로 된 정신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증도가 심할 경우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감당하기에도 쉽지 않다. 결국 병원을 전전하거나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도 정신의료계의 한 인사는 "공공병원이 문을 닫으면 민간병원으로 가야할텐데, 아마도 의료급여 환자를 반길 정신병원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의 평균 의료비는 일반 건강보험환자 60% 수준에 그친다. 식대만 해도 지원액이 건강보험환자는 6000원, 의료급여환자는 3770원으로 차이가 크다"며 "의료급여 환자라고 해서 병원이 밥을 덜 주거나 질 낮은 음식을 따로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보니 의료급여 환자들이 반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조차 의료급여 환자로 적자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기존 민간병원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전반적인 정신의료체계를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상훈 대한정신건강의사회장은 "보호자가 없어 퇴원 후 갈 곳이 없는 환자, 기능 손실이 심해 치료가 아닌 요양차원에서 병원에 머물렀던 환자들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기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정신의료에 대한 장기적인 국가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수가만 정상화하면 사무장병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치료 전문 정신전문병원과 기능손상이 심해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회복지병원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룹홈와 같은 지역사회 정신의료기반 조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주로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해왔다. 병원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폐원 결정에 이르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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