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딛고 일어난 홍상삼이 704일 만에 선발로 출전해 재기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두산 베어스 홍상삼은 지난 1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인천 SK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출전해 4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7-1로 앞선 채 5회를 맞이하며 승리 요건을 눈앞에 뒀지만 2사 2루서 폭투에 이어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한동민 타석 때 두 차례의 폭투를 더 범하며 추가 실점했다.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윤명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홍상삼은 두산에게 있어 애증의 선수다.
홍상삼은 데뷔 초만 해도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충암고를 나와 2008년 2차 3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다. 데뷔 첫 시즌 9승 6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2012년에는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는 등 선발과 계투를 오가며 두산에는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3년부터 그의 입지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2013년 넥센(현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말 박병호 타석에서 고의 4구를 시도하다가 폭투를 기록했다. 한 이닝에 폭투를 3개나 기록했다.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홍상삼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군 복무 이후에도 전혀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2016년 팀의 마무리로 올라섰지만 한 이닝 4볼넷으로 기회를 잃었다. 2017년과 지난해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올 시즌도 2군 격인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했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는 이용찬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자 1군으로 콜업됐다.
704일 만에 1군 무대에서 선발 투수를 꿰찬 홍상삼은 1회 선발타자 김강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은 홍상삼은 안정적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특히 4회 이재원과 제이미 로맥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비록 5회에 그의 고질병인 폭투가 재발하며 끝내 승리투수 요건은 챙기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엿보기엔 충분했다.
홍상삼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방송인터뷰에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병을 앓으면서 은퇴를 고민했지만 그는 역경을 딛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상삼이 지난 경기에서 호투를 펼쳤지만 여전히 두산의 마운드는 두텁다. 그래도 SK전과 같은 호투가 이어진다면 두산의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