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유천, 최악의 거짓말

[친절한 쿡기자] 박유천, 최악의 거짓말

박유천, 최악의 거짓말

기사승인 2019-04-30 10:20:29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지난 29일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백을 주장한지 19일 만입니다. 일부 팬들은 마지막까지 일말의 기대를 놓지 못했지만, 보름 넘게 이어진 박유천의 호소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따르면 박유천은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및 구매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직후부터 줄곧 혐의를 강력히 부인해오던 그가 결국 앞선 결백 주장을 번복한 건데요. 박유천은 경찰 조사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면서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유천이 뒤늦게 혐의를 시인한 이유는 뭘까요. 일각에선 법원의 구속 결정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수원지법 박정제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6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박유천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를 결정했는데요.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박유천은 구속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8일 진행된 경찰 조사도 3시간 만에 끝났고요. 

박유천은 지난 2~3월 전 연인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와 함께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박유천이 마약 판매상으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돈을 입금하고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아가는 CCTV 영상 등이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반응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박유천은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했습니다. 국과수 검사 이후 변호인이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박유천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은 건 이런 태도 때문입니다. 진실을 고백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거짓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에 대중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는 팬들도 기망했습니다. 2016년 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세간이 떠들썩했을 때에도 자신의 곁을 지켜줬던 바로 그 팬들 말입니다. 쿡기자는 그의 팬들을 기억합니다. 박유천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역고소 당한 여성들의 공판에, ‘박유천을 믿는다’는 의미의 해바라기 모양 브로치를 달고 오곤 했죠.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은 박유천이 훗날 팬미팅과 콘서트로 연예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건 이런 팬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었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는 사법 기관이 단죄하겠지만, 팬들이 느낄 배신감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최악의 거짓말이 낳은 비극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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