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네 번째 시즌이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 인기 그룹을 만들어낸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이번엔 남성 아이돌 그룹 결성을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연이은 실패 속에서 ‘프로듀스X101’만큼은 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국민 프로듀서 대표 이동욱 ‘합격점’
배우 장근석, 가수 보아, 가수 겸 배우 이승기에 이어 배우 이동욱이 국민 프로듀서 대표하는 자리를 맡았다. MC인지 멘토인지 단순히 시청자일 뿐인지 불분명한 역할인 데다, 앞선 세 명의 국민 프로듀서 대표와 비교했을 때 ‘아이돌 콘텐츠’와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지만, 안정적인 진행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동욱은 “내가 가수는 아니지만, 데뷔 전의 간절함을 떠올려 보니 연습생에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진정성을 보여줬다.
그의 역할이 가장 빛을 발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말이 없던 등급 평가 때였다. “우리는 너희를 돕기 위한 사람들”이라면서도 ‘노오력’과 간절함을 강요하는 위압적인 심사 분위기와 그 속에서 주눅 들다 못해 자기 비하에 시달리던 연습생들 사이에서 이동욱의 사려 깊은 진행이 돋보였다. 다만 기존 방식대로라면 여성 국민 프로듀서 대표가 나왔어야 할 시즌이기에, 시즌2의 가수 보아 같은 가요계의 여성 권위자를 만날 기회가 사라진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 그래서 X등급은 어디로 갑니까?
이번 시즌에서는 A부터 F등급까지 5단계로 나뉘었던 기존의 평가 체계에 최하위 레벨인 X등급이 추가됐다. 더욱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연습을 위한 방편이다. 이날 그룹 평가에선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강민희, 구정모, 송현준을 시작으로 X등급 연습생이 속출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X등급 연습생은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하지 못한다. 사실상 방출을 의미하는 공지에 연습생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방송 말미 공개된 연습생 순위 결과에 X등급 연습생들도 포함된 만큼, 이들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식의 진행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데 있다. 탈락 가능성에 대해 미리 귀띔해주지 않은 채 연습생들을 평가 무대에 올리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처음 X등급을 받은 스타쉽 소속 연습생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 공연한 동료들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 10대 후반 내지는 20대 초반 연습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엠넷은 역시 잔인하다”는 한 연습생의 하소연을, 제작진은 이제 꾸짖음으로 들어야 한다.
◆ 데뷔조 활동 기간 5년
‘프로듀스X101’을 통해 결성된 그룹은 향후 5년간 활동한다. 이중 2년6개월은 팀 전속으로 활동해야 하며 나머지 2년6개월 동안엔 개인 활동 겸업이 허락된다. 김용범 엠넷 전략콘텐츠사업부장은 “글로벌 활동을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활동 기간을 이같이 설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재결합을 논의하는 아이오아이의 경우나 짧은 계약 기간(1년6개월) 때문에 글로벌 활동 기회를 충분히 잡지 못한 워너원의 사례도 ‘5년 활동’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연예인 표준계약서가 지정한 7년 계약에 버금가는 기간이다. 활동을 마친 연습생들이 원래의 소속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남짓이다. 소속사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한편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거쳐 가지 않은 신인들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일각에서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중소 기획사를 고사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부장은 이에 대해 “‘프로듀스101’ 출신 친구들이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가고 나서도 큰 원동력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각 기획사와 함께 상생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