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학계가 지난 2년간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현상 유지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노사관계와 정책 추진방식 등 이행과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부가 노동에 대한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등 중재역할을 했다는 호평이 있던 반면, 정책 추진 방식의 일관성이 결여돼 사회통합에 역기능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어기구‧한정애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의원과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 및 노사관계 정책 평가와 노동조합의 과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문은영 워라벨리서치 소장, 이덕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 노동계 및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선 노동정책 등 정부의 관련 공약이행이 전년도에 비해 후퇴 또는 현상 유지 단계에 그쳤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정 정책본부장은 “정부 1년차에는 일자리 공약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나름 노력했다. 지난해 5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도 여당이 압승했다”며 “그런데 2년차에 들어 일자리 공약 이행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경제사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한 요인일 뿐, 기존의 현상을 유지‧관리하는 체제를 선택한 게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정책본부장은 ▲ 최저임금 산업범위 확대 ▲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 하향 조정 ▲ 최저임금 결정기구 개편 시도 ▲ 공익위원 총사퇴 ▲ 주52시간 상한제 대기업 처벌유예 ▲ 탄력적근로시간제 확대 추진 ▲ 사회적 대화기구 파행 ▲ ILO협약 87호· 98호 비준처리 미이행 등을 공약이행 후퇴의 근거로 거론했다.
정 부연구위원도 문 정부의 노동정책 중 추진완료 된 과제가 5개에 불과하는 점을 들어 국민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봤다. 공약집을 토대로 총17개 과제 중 이행된 과제는 ▲ 성과연봉제 지침 폐지 ▲ 직장 내 괴롭힘 방지 ▲ 주52시간 근로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산업안전혁신이다. 나머지는 추진 중(7개)에 있거나 아예 추진되지 않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2017년 첫 해 노동개혁을 힘 있게 추진했으나 지난해 집ㅈ권 1년차를 맞이하면서 노동 개혁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환됐다”며 “노동정책이 관리모드로 들어가면서 향후 개혁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했다.
다만 과정에 대한 평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성급한 태세 전환으로 일관된 정책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노사관계를 중재한 정부의 노력을 긍정평가했다.
이주희 교수(이화여대 사회학과)는 “40년 간 있어왔던 반(反)노동정책을 단 몇 년 만에 뒤집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임금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체제를 잡아나가는 일들을 해주길 기대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확대하거나 주52시간제의 확립과 동시에 무리한 탄력근로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등 추진 방식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며 “이에 따라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집권 1년차에 일부에서 우려했던 노동계와의 극심한 대립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결과는 정부의 유연한 중재 노력과 파국을 원치 않는 노동조합의 양보에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쌍용차, KTX여승무원, 파인텍 및 최근 콜텍까지 장기 노사갈등 사업장에 대한 성의 있는 중재로 오랜 노사갈등을 정리했다”며 “노사 당사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