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까지 잃었다”…아토피 치료제 급여화 촉구

“시력까지 잃었다”…아토피 치료제 급여화 촉구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年 600만원 이상 치료비 발생까지

기사승인 2019-07-05 00:00:11

# “25살 대학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있던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고, 그 부작용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충격에 민간요법을 시도했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쓰라려서 먹지고,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새로 나온 생물학적 제제를 쓰게 됐는데, 이제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2주에 한 번씩 맞아야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치료비 부담에 4~5주에 한 번씩 맞고 있습니다. 예전 상태로 돌아갈까 두려워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환자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시력이 떨어져 젊은 나이에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있고, 어떤 사람은 대학을 포기하고 등록금으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 치료제는 그림의 떡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어도 ‘죽지 않는 병’이라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하지만 아토피는 절대로 가벼운 질환이 아닙니다.”

#“29살 평범한 주부입니다. 하루 한 시간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심지어 속옷도 못 입어 헐렁한 남자 속옷을 입고 병원에 다녔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각질 때문에 이불이 더러워지고, 피부는 간지럽고, 피와 진물이 계속 나오고. 지난해 출시된 치료제 사용 후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나갔고, 부모님은 평생 번 돈을 제 치료비에 쓰셨습니다. 병원을 다녀야하니 제대로 된 일도 못하고, 남편이 돈을 벌고 있지만 월 2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하긴 어렵습니다. 급여가 안 되면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1~2년 후 비슷한 신약이 나오면 그때 급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합니다. 그럼 환자들은 1~2년의 시간을 보내며 1억원 이상의 의료비를 내야 합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힘들게 하는 질환입니다.”

4일 열린 ‘중증아토피 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에서는 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들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도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가려움증 등 질환 증상이 심해지고, 백내장이나 망막박리와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까지 커진다. 특히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장기 치료가 가능한 생물학적제제가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 부담도 높은 상황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진행한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연간 치료비가 약 6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증 환자의 경우 월 최대 49만 2000원을 치료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그러나 설문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중증 아토피 환자의 실제 치료비용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아토피 환자는 일반적으로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고, 1년 이상 악화기가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중증 환자는 월평균 최대비용 수준으로 지속적인 의료비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또 이 비용은 환자들이 직접 지불한 비용만을 포함하고 있다. 중증 아토피의 경우 피부감염병으로 인한 입원, 백내장 등의 안질환 치료 등 합병증에 대한 치료비도 발생할 수 있어 실제 치료비용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는 현재 비급여로 사용되는 고가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가격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은 이보다 현저히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장용현 경북대 의과대학 피부과 교수(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정보이사)는 현재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한계를 지적하며, 부작용 위험이 낮은 생물학치료제의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사용되고 있는 광범위 면역억제제는 고혈압이나 신장독성 등의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어 1년 이내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장기간 치료제로 사용이 어려울뿐더러 치료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제 사용이 어려운 환자는 치료 대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장 교수는 “치료제를 찾지 못한 환자는 여러 병원을 떠돌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화장품 등에 치료를 의지한다”며 “최근 나온 생물학치료제는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유일한 아토피피부염 생물학적 치료제이고, 최근 다수의 국제가이드라인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치료제는 정상적인 피부처럼 호전되지만 가격 부담이 높다. 산정특례 적용 및 생물학치료제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경증 아토피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환자 교육 상담료를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생물학적제제의 급여 적용 필요성에 공감하며, 현재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제약사 측에서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했지만 경제성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신청을 자진 취하한 바 있다”며 “그리고 올해 다시 보험급여를 신청했고,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중증 환자의 산정특례 적용을 위해 통계청과 ‘코드’를 만들고 있다. 현재 목표는 2020년 7월 1일”이라며 “‘중증’에 대한 질병코드를 만들면 산정특례 적용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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