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등록사업 10년, 사망률·입원율 줄었다

고혈압·당뇨 등록사업 10년, 사망률·입원율 줄었다

진료비 할인 등으로 내원율 증가…기타 진료상담 횟수 늘어 ‘주치의화’

기사승인 2019-07-09 00:00:11

지난 10년간 고협압‧당뇨병 환자를 의원과 보건소가 협력해 관리한 결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과 입원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진료비 및 약값 할인 혜택으로 내원율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의원의 매출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300만 명 고혈압·당뇨병 환자 의원-보건소 협력 관리사업 제언 토론회’에서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고협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이하 고‧당 사업)을 시행한 경기도 광명시의 사례가 발표됐다.

 

 

고‧당 사업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재발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수대상인 만 65세 이상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교육 및 알림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치료비로는 진료비 1500원, 약제비 2000원 등 총 월 3500원을 지원한다. 권고대상인 만 30세 이상 고혈압·당뇨 환자에게는 교육 및 알림 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 대한 지속적 치료 시행 및 금연‧금주‧운동 등의 시행 권유를, 보건소에서는 금연‧금주‧운동 등에 대한 실천방안 교육 및 월 1회 의사에게 방문하도록 리콜/리마인더(recall/reminder)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날 고‧당 사업 사례를 발표한 이원영 경기도 광명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중앙대 의과대학)에 따르면, 사업 기간동안 등록자의 사망 및 입원발생 등에 유의한 변화가 있었다.

이는 2009년 7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광명시에서 거주하는 사업 등록자와, 같은 기간동안 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고혈압‧당뇨병으로 최소 2회 이상 외래 내원한 내역이 있는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해 사업의 효과를 평가한 결과다.

대조군과 비교해서 사망률은 1.9%p 낮았고, 합병증인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도 0.4%p 낮았다. 심장질환 입원은 0.3%p, 신장질환 입원은 0.2%p 낮았다.

성별, 연령, 소득수준 및 선행질환을 보정한 후에도 등록군의 입원율이 대조군 대비 낮았다.

고혈압 환자의 약국 평균처방일은 등록자의 경우 등록 이후 280일 이상을 유지했다. 대조군은 250일 미만으로 집계됐다. 처방순응도도 등록자는 60% 이상을 유지했고, 대조군은 50% 이하였다. 당뇨병 환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원영 센터장은 소액의 진료비‧약제비 지원으로 인해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성질환교육서비스는 소비재가 아닌 가치재에 가깝기 때문에 이용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고, 진료비 지원과 양질의 교육서비스 무상 제공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한 번 이상의 교육을 받은 비율이 60%를 차지할 수 있엇다는 것이다.

또 의료진이 ‘등록하면 진료비 지원도 해주고 보건소에서 교육도 해준다’고 권유하는 행위가 환자에게 할인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이로 인해 의사-환자의 사이가 신뢰-책무 관계로 질적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노인의 경우, 비록 중산층 이상이라도 그들이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1~2000원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의사가 합병증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하면 불필요한 검사를 유도하는 것으로 생각해 이를 거부하는 노인환자도 많다”며 “이 점에서 본인부담금 지원은 환자의 의사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리콜/리마인드 서비스도 치료순응도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고‧당 사업 시행 기관은 매달 의원 방문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규칙적으로 보내고, 1~2개월 간 방문하지 않을 시 직접 전화를 걸어 내원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는 노인들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다. 글씨가 많은 안내책자나 일방적인 지식교육보다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등록환자들은 매달 받는 메시지로 인해 잊지 않고 의료기관 혹은 약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다”며 “게다가 보건소는 타 의료기관에 비해 주민들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 점에서 보건소가 질병관리교육과 동시에 올바른 의료이용 교육을 한다면 환자들이 합리적인 의료이용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사업에 참여한 왕준광 광명시 왕내과의원 원장도 치료비 지원이 환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다고 봤다.

 

왕 원장은 “진료비 할인으로 인해 주변 지역 대비 광명지역 환자의 병원 내원율이 증가했다고 본다”며 “특히 고혈압, 당뇨 상담 외에 기타 진료상담 횟수도 증가해 자연스럽게 주치의화됐고, 의료기관의 매출도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혈압, 당뇨 환자 확보를 위해 의료기관도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고‧당 사업을 시행하는 인증받은 의료기관으로 신뢰도 발생했다”며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마다 환자에 대한 식이교육, 운동교육 등 편차가 없는 일관적인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왕 원장은 “직원들의 업무량 증가에 대한 보상이 부족해 불편한 점이 있다. 65세 이상 대상자에게만 혜택이 있다는 점도 아쉽다”며 개선방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고‧당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와 같은 기존 사업들의 장점을 합쳐 통합모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춘배 강원도 홍천군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연세대 원주의대)은 “고‧당 사업은 의사 대상 인센티브 부재로 인해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미흡하고,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케어플랜 수립 등 환자관리 활동이 부재하다”며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는 홍보 부족으로 환자 인식이 저조하고, 만성질환 수가시범사업은 비대면 상담 서비스 중심의 사업모델로 성과 도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기존 시범사업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통합모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국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정부는 고‧당 사업과 만성질환관리제 등 기존 사업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통합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며 “이에 따른 수가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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