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엠에스·태창산업, 혈액백 입찰서 담합…"환자 호주머니, 건보예산 가로채"

녹십자엠에스·태창산업, 혈액백 입찰서 담합…"환자 호주머니, 건보예산 가로채"

기사승인 2019-07-17 13:56:39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사전에 예정수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녹십자엠에스 및 태창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적발됐다.

17일 공정위는 이들 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77억원을 부과하고, 녹십자엠에스와 소속 부장급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은 2011~2015년 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사전에 예정수량을 7대3으로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전에 합의된 대로 태창산업은 30%에 해당하는 수량을, 녹십자엠에스는 70%에 해당하는 수량을 투찰해 각각 해당 물량을 낙찰 받아 합의가 실행됐다.

두 기업은 7대3이라는 비율을 맞추기 위해 2011년 입찰에선 9대6, 2013년과 2015년 입찰에선 10대5로 참여했다.

 

그 결과, 2011년 입찰, 2013년 입찰, 2015년 입찰에서 99% 이상이라는 높은 투찰률로 낙찰을 받게 됐다. 담합이 파기된 것으로 보이는 2018년 입찰에서 투찰률이 66.7%로 급감한 것을 비추어볼 때 이례적으로 높은 투찰률이다.

특히 3건의 입찰의 계약기간이 계약 연장 규정에 근거해 별도 협상 없이 2018년 5월까지 연장되면서 2개 사의 합의 효과는 지속됐다.

이들 기업은 2011년에 공고된 혈액백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방식이 종전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희망수량 입찰제’로 변경되면서 일부 수량에 대해 경쟁이 가능하게 되자, 양 기업 사이에서의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담합했다.

이에 공정위는 녹십자엠에스 및 태창산업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6억 9800만 원을 부과하고, 녹십자엠에스와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3건의 입찰 물량뿐 아니라, 합의의 효과가 미친 13회의 계약 연장 물량까지 관련매출액에 포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신용희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이번 제재는 대다수의 국민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헌혈 과정에 필요한 용기를 이용하여 취한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한편, 혈액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환자들의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을 가로챈 악성 담합을 적발해 엄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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