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인프라 수출이 목표”…병원, 기업과 손잡다

“원격의료 인프라 수출이 목표”…병원, 기업과 손잡다

송해룡 고대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 사업단장

기사승인 2019-07-18 05:00:00

 

고려대 구로병원이 ‘혁신형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기업과 손을 잡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진료현장에 필요한 기기를 개발함과 동시에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도와 국부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로병원은 지난 15일 ‘개방형 실험실’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행보를 알렸다. ‘개방형 실험실’이란 우수한 연구 역량과 인프라를 보유한 병원과 기업이 연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가 올해 처음 추진하는 보건의료분야 창업기업 육성‧지원 사업이다. 사업단은 3년간 총 30억원을 지원받는다.

구로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연구중심병원 중 가장 많은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의료산업화에 매진하고, 탄탄한 연구기반을 통해 의료기술 실용화에 주력해온 업적을 인정받아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서울에서는 유일하다.

송해룡 고대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 사업단장(정형외과 교수)은 “전문적인 의료 환경 특성상 바이오헬스 분야 기업들은 부족한 임상 경험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보니 기술개발은 물론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개발 실패 위험을 줄이고, 의료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가지고 있는 임상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단장은 “그중에서도 아쉬운 분야가 의료기기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특허장벽이 낮아 개발 및 출시가 쉽지만, 외국에 수출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 보장이 안 된다”며 “우리나라 의사들도 다국적 기업의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를 바꿔야 병원에서도 조금 더 저렴한 국산품을 사용하고, 국부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구로병원은 의료기기 수출을 목표로 ‘원격진료’가 가능한 인프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폰과 의료행위를 접목시켜 의료취약국가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송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트렌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특히 스마트폰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고, 한국은 IT 강국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고자 한다”며 “이 기술은 지리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테면 섬이 많은 나라는 원격진료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구로병원은 의료기기 관련 창업기업 발굴 및 육성, 임상의 자문 및 컨설팅, 공동연구, 전임상/임상 시험 지원, 제품개선, 기술 마케팅, 투자연계, 교육 등 각 주관기관별 창업기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538㎡(약 183평)의 개방형 실험실에는 17개 입주기업의 입주공간, 회의실 등 공용 사무공간 2곳, 실험대 28점, 세포 및 진단 부석장비 등 공용실험장비 40여점 등 벤처기업에 필요한 핵심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참여기업은 오썸피아, 엠디파크, 에프엘컴퍼니, 포케이, KB Bio, 옥퀘스트 등 총 29곳이다. 또 기업과 임상의를 매치해 VR/IoT센서, 빅데이터 AI, 재활의료기기, 의료기기, 융복합 스마트약물전달, 피부미용흉터 등 공동연구회도 운영한다.

게다가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활발한 산업적 교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송 단장은 “아쉬운 점은 이번 사업의 정부지원이 3년이라는 것이다. 의료기기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5~10년은 시간을 두고 길게 봐야 한다. 3년은 너무 짧다”며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된 기술에 대한 지분권도 법적으로 마련된 것이 없다. 사실 이번 사업에서 병원이 당장 이익을 보는 것은 없지만, 향후 기술 개발 및 국부 창출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라며 “만약 기업과 함께 특허를 냈을 때 기업에서 권리를 모두 행사한다면, 과연 병원과 의료진은 이 사업에 꾸준히 동참하겠는가. 양쪽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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