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 늘고 있다. 법정감염병 제4군인 에볼라바이러스와 뎅기바이스러스다. 제4군 감염병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이다.
이들 질병의 경우 국내 자체 감염사례는 없다. 다만, 유입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에볼라바이러스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조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할 정도로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태다. ‘PHEIC’는 타국가로 추가 전파 위험이 크거나, 국제적으로 공중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 사건 등에 대해 선포할 수 있다. 선포한 사례는 과거 4차례에 불과했고, 이번이 5번째다.
현재 에볼라바이러스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북서지역 중심지 고마시(Goma)에서 집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1일부터 올해 7월 14일까지 DR콩고 북동부 북키부주 및 이투리주에서 총 2501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1668명이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과일박쥐로 추정되며, 환자의 혈액 또는 타액, 소변, 구토물 등 체액 등이 피부상처나 점막의 직접 접촉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염된 옷, 침구류, 감염된 바늘은 물론 성접촉으로 정액을 통해서도 감염이 된다.
감염 후 평균 8~10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전신 쇠약감, 근육통 등 비전형적인 증상 이후 오심,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난다. 체내‧외 출혈도 있을 수 있다.
바이러스 유형이나 각국의 보건의료체계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치사율이 25~90%에 달할 정도로 높다. 게다가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상용화된 예방 백신 및 치료제가 없어, 현재는 수액 공급 등 대증요법으로만 치료가 가능한 상태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후보 백신 및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에 있으며 국내에도 시험용 치료제가 비축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현재 아프리카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체액 및 혈액을 통해 직접 전파 되는 질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 환자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질본은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 단계로 유지할 예정이다”라며 “다만, 해외 발생 및 국내 유입을 대비하기 위해 에볼라바이러스병을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하고, 민주콩고 출국자 예방수칙 안내, 입국자 집중검역 실시 및 지역사회 감시, 의료기관 정보 공유, 관계 기관 공조체계 강화 등 국내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 등 점막 부위 접촉을 삼가는 것이 좋다. 유행지역에서 박쥐나 영장류 및 동물사체을 만지지 않도록 하고, 야생고기를 다루거나 먹지도 않아야 한다”며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귀국 후 검역 시 검역관에게 반드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발열 등의 증상이 있다면 질본 콜센토 또는 보건소로 먼저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는 뎅기열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WHO는 ‘2019년도 세계 10대 보건위험요인’에 뎅기열을 포함시켰다.
질본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필리핀에서 신고된 뎅기열 환자는 9만2267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라오스에서는 6월 22일까지 8042명이 발생해 22명이 사망했다. 이는 최근 5년간 동기간 발생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캄보디아에서는 최근 5주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25주차(6월16~22일)에만 4032명이 발생했다. 싱가포르도 최근 13주간 꾸준히 늘어 6월 22일까지 환자 5575명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6월 29일까지 환자 6만2421명이 발생하고,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간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8만113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뎅기열 해외 유입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뎅기열 환자 수는 159명, 올해 90명으로 신고됐으며, 모두 해외유입사례였다. 전체 95% 이상이 동남아지역에서 유입됐고, 연령별로는 20~40대가 전체 발생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인천 영종도에서 뎅기바이러스를 보유한 반점날개집모기가 채집되기도 했다. 인천에서 발견된 반점날개집모기는 현재까지 뎅기바이러스 전파 능력이 규명돼 있지 않고, 국내 분포도 2018년 기준 0.04%로 적다. 뎅기바이러스는 주로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로 전파된다. 질본은 해외에서 항공기 등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뎅기열 감염자 중 약 75%는 증상이 없고, 유증상 감염자들에게는 발열, 심한 두통, 관절통, 백혈구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까지 뎅기열에 특화된 치료법은 없으며, 증상에 따라 보존적 치료가 수행된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대부분 치료되며, 사망률은 약 1% 정도다. 그러나 전체 환자 중 5%는 뎅기출혈열, 뎅기쇼크증후군 등 중증으로 진행되고,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 국내에서 상용화된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행 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기피제 및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질본은 “모기는 어두운 색에 더 많이 유인되므로 활동 시 가능한 밝은 색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모기기피제는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출된 피부나 옷에 엷게 발라야 한다”며 “귀국 후 의료기관 방문시에는 의료진에게 최근 해외 여행력을 알리고, 증상이 발생하지 않아도 방문국가별 헌혈 보류기간에 헌혈을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