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영선고 야구부 해체 수순 왜?

고창 영선고 야구부 해체 수순 왜?

기사승인 2019-07-23 23:43:38
"이번 주 토요일 열리는 협회장기 준비로 바쁜데..." 26일부터 경북 포항에서 열리는 올해 네번째 전국대회인 제5회 대한야구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앞두고도 전북도교육청 시위에 나선 고창 영선고 야구부원의 말이다.

23일 오전 도교육청 시위현장서 만난 정튼튼(17) 군은 "전국대회가 이번주에 있고 다음달 10일에는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려서 연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교 야구감독은 그 시간 봉황대기 조 추첨을 위해 서울에 있다고 말했다. 정 군의 포지션은 투수다.

하지만 이 학교 야구부는 대회 출전 보다 중요한 순간에 맞닥뜨렸다. 학교 야구부가 올 11월이면 해체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1학년인 정 군은 그러나 한달 보름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정 군은 "운동부는 진짜 해체되는지, 우리는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두 크게 술렁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 뒤 "도교육청은 야구부가 해체돼도 전북지역의 다른 학교 야구부에 들어가면 된다고 하지만 그런 곳은 전력이 다 짜여 있어서..."라고 말을 흐렸다.
정 군이 말을 흐린 것은 여간해서는 마운드에 서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을 떠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무한 경쟁 운동부에서 '타성바지'의 서러움도 예상하고 있을 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배트를 잡은 정 군은 그래서 학교 야구부가 종속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학교는 이미 지난 2016년 8월 26일, 전북도교육청에 보낸 '학교운동부(야구부) 향후 운영(해체) 추진보고 및 건의사항'을 통해 학부모 대표단과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학부모 대표가 학교 측의 해체 협조건을 수용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학부모 측은 법적 대응을 제시했지만 학교는 어려운 입장을 내보인 끝에 얻어 낸 결과다.

영선고는 그 전 해(2015년 7월) 야구부를 창단했다. 지도자 1명과 선수 9명을 뽑아 훈련에 돌입했다. 도교육청 승인이 없는 창단이다. 창단을 신청한 것은 그 해 10월 1일이다. 도교육청이 승인 없이 창단하려는 영선고에 재량사업비 지급제재와 공모 사업 선정 배제 등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영선고의 창단신청에 따라 10월 12일 학교운동부운영위원회를 열어 창단 불허 처리를 하고 영선고에 이를 통보했다. 도교육청의 불허 이유는 학생 수급을 위한 단체 운동부 창단 불허, 단체 운동부 다수 민원 발생으로 도교육청 청렴도 저하, 위장 전입에 의한 타시도 선수 수급 등이다.

영선고는 그럼에도 창단을 결정하고 2015년 11월 27일 창단식을 했다. 선수단은 지도자 3명과 선수 24명으로 구성했다.
2016년부터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식경기에도 출전했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도교육청은 제재조치로 2016년 영선고 유도부 코치 인건비를 중단하고 유도 체전 입상종목 지원금 중단, 전국기능경기대회 훈련 지원금 중단 등 금전적 제재를 했다. 그러다 재정 결함 보조금(교직원 인건비)을 그 해 8월부터 지급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했다.

영선고의 무허 야구부는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영선고는 도교육청의 재정 지원 중단에 따라 2017학년도 신입생(선수)까지 모집하고 이 학생들이 3학년이 되는 2019년 11월30일 해체하기로 협의했다. 협의 후 도교육청에 '야구부 향후 해체 보고 및 건의사항'이란 문건을 보냈다.
공증까지 마친 당시 건의내용을 보면 1학년(2016년 당시 14명)이 3학년(이 될때)까지 훈련 및 경기를 위한 필수 인원이 필요해 2017학년도 신입생(15명)까지 모집하고 2019년 11월 30일 해체한다고 돼 있다. 도교육청 학교운동부운영위원회의 운동부 창단 승인 없이 야구부를 운영한 과오를 인정했고 해체 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북도교육청의 제재사항을 전명 수용한다고 했다.
건의사항은 학교 지원 제재사항 해제 요청이다.

하지만 현재 학부모들은 2016년 학교가 참석했다고 한 학부모들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학교의 문건에 의혹을 제기하고 절차상 하자를 문제삼고 있다.

학교는 당시 이같은 결정에 따라 현재 3학년 선수들이 졸업하는 올 해 팀을 해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튼튼 선수 등 1,2학년 학생선수들이 존재하고 이들과 학부모들은 야구부 존치를 희망하고 있다.

학교가 지금까지 야구부를 존치시켰던 데에는 KBO(한국프로야구협회)의 창단지원도 한 몫했다. KBO는 팀 창단 1년차(2016년)에 인건비와 용품구입비 등 2억 원을 지원하고 2년차와 3년차에 각각 1억 원씩 지원하는 등 모두 4억 원을 지원했다. 지원금은 지난 5월까지 이뤄졌다.

문제는 정튼튼 선수처럼 학교가 야구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줄 모르고 입학했거나 전학한 1,2학년들이다.
이들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영선고에 입학하거나 전학할 때 야구부가 해체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도교육청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튼튼 선수도 이 사실을 안 것은 한 달 보름 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부모 대표단이 포함된 학교의 협의내용처럼 오는 11월 말 야구부를 해체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1,2학년 7명은 도내 전주고와 군산상고, 인상고로 전학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학생 피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도교육청의 운동부 육성정책은 선수 수급과 연관이 있다.  현재 도내에는 초등학교 4곳(선수 93명), 중학교가 4곳(선수 91명), 고등학교 4곳에서 야구부를 육성하지만 고교는 다른 지역서 선수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선수가 112명이다. 3개 고교만으로도 도내에서 학생 선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인근 광주전남은 중학교 9곳에서 배출된 학생선수가 해당지역 고교 6곳으로 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북으로 들어 오고 있다.

축구, 야구, 배구 등 단체종목은 도교육청 학교운동부운영위원회 심의 대상이다. 도교육청이 이처럼 운영위 제도를 운영하는 무분별한 운동부 창단을 막기 위해서다. 학생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도내 농어촌학교가 학교 존립을 위한 방편으로 학교 운동부를 창단하려 하고 있다. 영선고 야구부를 허가할 경우 다른 학교의 허가 신청에 불허할 명분을 잃게 된다는 것이 도교육청 입장이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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