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사인회도 거부했다. 45분 이상 의무 출전 조항도 어겼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국내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는 26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 최대 관심사는 호날두였다. 습도가 높고 비가 오는 등 궂은 날씨였지만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인 그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6만 여명의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당초 유벤투스 선수단은 이날 이른 시간 도착해 팬사인회 등 사전 행사를 소화한 뒤 경기에 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이에 호날두는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팬사인회를 거부했다.
킥오프 시간도 미뤄졌다.
오후 8시 킥오프가 예정돼있었지만 선수단이 늦게 경기장으로 출발한 탓에 9시가 다돼서야 경기가 시작됐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던 호날두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호날두는 무조건 45분 이상을 뛰는 조건으로 주최측과 계약을 맺었다. 이를 어길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한다.
전반전을 벤치에서 보낸 호날두는 후반전 출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부폰 등 인기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밟는 동안 호날두는 몸도 풀지 않았다. 팬들이 호날두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지만 호날두는 꿈쩍도 않았다. 그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자 팬들의 연호는 이내 야유로 바뀌었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도 있었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도 필드에서 호날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날 상암을 찾은 축구팬 대부분은 호날두를 보기 위해 비싼 티켓 값을 지불했다. 황금 같은 금요일 여가 시간도 쏟아 부었다. 궂은 날씨에도 상암을 찾았던 것은 슈퍼스타들의 플레이를 직접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45분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평소 팬들을 향한 애정이 각별한 호날두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하지만 상암에서는 끝내 팬들을 외면했다. 이날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았던 호날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