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재인 케어’를 위해서는 의료이용량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의료이용량 증가추세로만 보면 건강보험료율이 순식간에 법정 최대 상한액인 8% 이상으로 올라가 국민들의 부담이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법 개정이 이뤄져 건보료가 그 이상으로 늘게 되면 기업의 고용축소 노력과 맞물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석준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보건정책 칼럼집 ‘가까이에서 보면 누구나 정상은 아니다’를 통해 ‘의료이용 통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윤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정이 최대 95조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2022년까지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30조 6000억원보다 3배 많은 금액인데,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95조 4000억원이라는 금액은 복지부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발표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건강보험료 인상, 국고지원 확대에 따라 추계한 것이다. 누적적립금 20조원 모두 사용, 매년 보험료 인상률 3.2% 유지, 국고지원금 13.8%에서 17%로 확대했을 때 계산이다.
윤 교수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이 정책은 시행돼 왔으나, 굳이 차이를 두자면 급여화 문제 해결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본인부담금을 줄인다는 얘기이다. 상식적으로 본인부담금이 줄어들면 의료서비스 이용은 더 쉬워질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에는 의료이용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다. 현재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증환자들은 별 어려움 없이 큰 병원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국민의료비는 연평균 7.5%씩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는 16.6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이는 회원국들의 평균인 7.1회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기대수명도 82.7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80.7년과 비교해서 상위국에 속한다.
윤 교수는 “의료이용에 따른 부담은 세금으로 감당해야 한다. 올해 직장가입자 기준 건강보험료율은 보수월액의 6.46%이고, 이 추세대로라면 건보료 증가율이 금방 법정 최대 상한액인 8%를 넘길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전하고 있지 않다. 국민들은 자유로운 의료이용이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과다하게 이용하면 국민이 그에 대한 비용을 분담해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8% 이상 올리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부담은 가입자와 기업에 돌아간다. 건보료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은 고용축소 노력을 할 것”이라며 “지금은 잘 버틸 수 있겠지만, 현 정권 이후 벌어질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의료서비스 이용 통제에 있어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의료인 및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표가 떨어지더라도 정부는 의료이용을 통제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국민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던 서비스 이용이 차단됐을 때 불편함이 있더라도, 불필요한 이용으로 인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경증질환자는 동네의원의 단골의사를 통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적정 수가로 보장해주면 의료이용량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국고지원금도 늘려야 한다. 현행법에 정부는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