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 평가 때마다 죽는 소리 내는 사회복지사들

요양기관 평가 때마다 죽는 소리 내는 사회복지사들

한 명이 행정업무 및 평가 준비…"처우개선 위해 티오 늘려야"

기사승인 2019-07-31 04:00:00

“찾아야 할 서류가 많아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밤낮없이 휴일 없이 보냈습니다. 인원대비 벅차네요.”
“이번이 첫 평가인데 서류가 엉망이라 막막합니다. B등급 못 받으면 자르신다고 했어요.”
“50인 요양시설에 사회복지사는 1명. 모든 사무업무와 평가 업무를 혼자 하다 보니 프로그램일은 뒷전이네요.”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3년 주기로 이뤄지는 정기평가 시기마다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한 명이 사회복지 업무는 물론 행정 및 평가업무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이 제공하는 장기요양급여 수준 향상 도모를 위해 급여 내용을 지속적으로 관리·평가하고 있다. 평가는 3년 주기로 이뤄지며, 기관기호 끝자리에 따라 짝수 혹은 홀수별로 진행된다.

공단은 장기요양급여 평가계획을 30일 전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평가예정일 7일 전까지 해당 기관에 ‘평가예정통보서’를 서명으로 통보한다. 평가는 기관의 관련 문서나 자료 등 기록 확인, 기관 내·외부 환경 등 현장 확인, 직원 및 수급자 대상 관찰·면담·시연 등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요양기관은 갑자기 이뤄지는 평가 날짜에 맞춰 방대한 서류 및 증빙자료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를 담당하는 인력은 주로 사회복지사다. 이들은 수급자 케어 및 상담, 행정상의 업무 등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사회복지사의 인력이다. 현재 주야간보호센터 기준 사회복지사는 시설이용자 10명 이상일 때 1명 이상 둘 수 있다. 이 한 명이 수십명의 이용자에 대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시설에 대한 평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 사회복지사는 “초보인데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을 했다. 서류 업무 외에도 잡다한 일들이 많았다. 인력이 적어 요양보호사 보조, 어르신 케어, 정리 등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50인 요양시설에 원장 1명, 사회복지사 1명, 간호조무사 2명 등이 있었다. 평균적인 요양시설의 근무인력 현황일 것”이라며 “전임 사회복지사는 이미 퇴사해서 인수인계 하나 없이 혼자 수가, 회계 등 사무 업무, 기관관리, 공단 평가, 군청 지도점검 등을 관리했다. 

시간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사무업무가 바쁘면 프로그램은 간단히 하거나 나중으로 미루거나 안 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업무는 잘못되면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못하고 행정업무만 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혼자 업무를 해야 하거나 평가 준비를 처음 시행하는 경우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없다는 것이 사회복지사들의 불만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평가를 처음 받아보는데, 내가 매뉴얼대로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건보공단에 전화를 해도 딱히 해소가 안 된다. 고시를 보라고만 얘기를 하는데 나도 그렇게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보던 사람들이야 알겠지만, 나이가 있는 사회복지사는 고시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있어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인력배치기준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추주형 정책팀장은 “현재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 개발, 상담, 행정업무 등 거의 만능에 가까운 일을 해야 한다. 특히 평가 시기가 되면 사회복지사가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오직 그 업무에만 매달리는데, 평가가 끝나 감정, 에너지 소진을 겪고 퇴사를 결심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요양기관 근무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해 인력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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