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에 맞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무역전쟁 응전에 나서고 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우리는 어떠한 관세 부과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은 미국 정부가 부과한 관세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다각화에 힘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가국과의 교역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희토류 카드를 사용할 것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희토류 무기화’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토류는 자석·모터·TV·스마트폰·DVD 플레이어·발광 다이오드·전기차·풍력 터빈·의료장비·정유공장 등 산업계 전반은 물론 레이더와 센서 등 군사 무기에 쓰인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도 대부분의 희토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제재로 무역전쟁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화웨이는 기술자립을 위한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선언했다.
화웨이는 이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당신이 만일 최고 중의 최고이며, 과학의 한계선을 허물고 싶다면 우리는 당신을 원한다”며 “수학, 컴퓨터 과학, 물리학, 재료 과학, 스마트 제조, 화학, 반도체 칩 등에 대단한 업적이 있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고 공고했다.
이어 “우리는 당신 동료 임금의 5배를 제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과 프로젝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화웨이의 인재 영입 노력에는 미국 정부의 제재에 맞선 기술자립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 회사를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인텔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기업들이 거래 중단 의사를 밝히자 화웨이는 스마트폰, PC 등에 쓰일 자체 운영체제(OS)와 반도체 칩 개발 등 기술자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칩, 무선 네트워크, 사물 인터넷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대규모 연구개발 센터를 상하이 칭푸 지구에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독자 생산할 수 있는 극소수 기업 중 하나인 ‘룽신(龍芯) 테크놀로지’는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에 5.3㎢ 면적의 대규모 첨단 연구·제조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5개 연구기관과 51개 기업이 입주 의사를 밝힌 이 단지에서는 반도체, 컴퓨터, 스마트 디바이스 등 첨단 분야 제품을 집중적으로 연구, 제조할 계획이다. 룽신 테크놀로지는 CPU 칩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2010년 중국과학원과 베이징시 정부가 합작 설립한 기업이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요 중 자체 생산하는 부분이 5%밖에 되지 않아 2017년에 원유 수입액 1620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260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최근 들어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자립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