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례적 입장문 낸 이유는?

삼성, 이례적 입장문 낸 이유는?

기사승인 2019-08-31 01:00:00

삼성전자가 최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끝난 후 이례적 공식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 부회장의 대법원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재계와 산업계는 삼성의 이번 입장문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은 앞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와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일들이 있었음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입장문을 발표했다는 것은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이후 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수사를 낳고 그 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경영진이 여론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돼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에 대한 삼성이 절박함과 위기감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3년여 동안 삼성은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사내 리더십이 마비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은 사기가 저하된 가운데 실적 악화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인 일본 수출 규제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격화 등이 겹치는 ‘퍼펙트스톰’을 맞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의 실적 악화와 수출 규제, 무역 갈등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라면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요구된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오너와 경영진부터 임직원들 모두가 위축됐다”며 “여러 대외변수에도 위기 돌파를 위한 동력이 모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삼성이 입장문을 낸 것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는 호소로 보인다. 현재와 같이 리더십이 마비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처럼 회사 밖에서 보는 삼성의 상황도 어둡다. 같은 날 산업계 역시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과 국내 경제계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나섰다.

먼저 전경련은 이날 오후 ‘이재용 부회장 판결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한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향후 사법부는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무엇보다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 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할 것”이라며 “경영계는 금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결국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삼성이라는 한 기업뿐만이 아닌 한국 경제에 끼칠 악영향도 크다는 게 한국 산업계의 중론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입장문은 3년여 시간 동안 리더십의 부재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데서 나온 절박감”이라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판결을 앞두고 이달 6일부터 하루 전날인 26일까지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의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26일 대법원 선고 전날 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자계열사 밸류체인(가치사슬) 점검 및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현장을 격려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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