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부품·소재·장비 기업 육성을 위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이후 해당 펀드 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해당 펀드는 ‘높은 위험’ 등급의 상품으로 감성이 아닌 투자위험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Amundi 자산운용’이 출시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주식형 펀드'의 개인판매 잔액이 보름 만에 100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출시 직후 일 평균 1~3억원 수준의 낮은 판매고를 보였으나 문 대통령이 가입한 이후 판매고가 급등했다.
해당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부품·소재·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성장성을 갖춘 국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정부 추진 6개 분야 100대 핵심 부품 관련 성장 기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운용보수의 50%는 적립하여 소재·부품·장비 관련 대학이나 연구소에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문 대통령 가입 이후 사회 주요 인사들의 가입도 잇따르고 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30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농협을 찾아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했다. 심지어 이해찬 대표는 가입 직후 “일본의 경제 도발에 자립이 중요한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가입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다며 국민의 펀드 가입을 독려했다.
다만 대통령은 물론 여당 지도부가 펀드 가입을 독려하는 모습에 높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필승코리아 펀드를 판매하는 농협은행은 해당 상품을 ‘높은 위험등급’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이에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농협은행도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을 고지하고 가입을 받는 실정이다.
펀드에 잘 못 가입해 원금을 날린 사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가 이례적인 국채금리 하락에 최대 100%까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해있다. 여기에 앞서 필승코리아 펀드와 같은 정책 테마형 펀드인 코스닥벤처펀드 및 통일 펀드도 많게는 24%까지 손실을 보고 있다. 물론 수익을 본 사례도 다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펀드에 가입할 경우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부합하는 상품인 만큼 정부의 정책에 부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펀드는 투자 상품”이라며 “언제든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투자에 대한 결과는 투자자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며 “나중에 손실이 발생해도 대통령이 책임져 주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