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전자 바이올린의 울음, 쓸쓸한 하모니카 연주, 한숨을 머금은 듯한 목소리…. 가수 케이시의 새 음반 타이틀곡 ‘가을밤 떠난 너’는 제목 그대로 ‘가을 발라드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룹 SG워너비, 씨야, 다비치 등과 작업하며 2000년대 중후반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조영수 작곡가의 솜씨다. 6일 오후 서울 선릉로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케이시의 컴백 기념 공연에 나타난 조 작곡가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많아도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울릴 수 있는 가수는 많지 않다. 케이시는 후자”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케이시는 이날 오후 6시 두 번째 미니음반 ‘리와인드’(Rewind)를 발표한다. 조 작곡가와 케이시는 음반에 실릴 노래의 제목들을 먼저 정한 뒤,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멜로디와 가사를 썼다고 한다. “하나의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노래를 먼저 수집한 뒤 좋은 곡을 추려 음반을 완성하는 여느 가수들의 작업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케이시는 조영수, 이유진, 홍유진 등 동료 작곡가들과 강원도 고성으로 ‘작곡 여행’을 떠나 음반에 실릴 노래들을 만들었다. 그는 “눈앞에서 노래가 완성되는 것이 신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음반은 연인이 만나 이별하는 과정을 역순으로 담는다. 이별 뒤의 감정을 다룬 ‘가을밤 떠난 너’를 시작으로, ‘우리 사랑이 저무는 이 밤’, ‘지친 하루 끝에 너와 나’, ‘꿈만 같은 일이야’ 등 사랑이 싹틀 때의 설렘을 향해 간다. ‘되감다’는 뜻의 음반 제목을 염두에 둔 기획이다. 케이시는 “첫 곡부터 음반을 들을 때와 마지막 곡부터 들을 때의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노래 가사는 모두 케이시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멜로디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를 글로 옮기는 방식으로 가사를 썼다”며 “평소 내가 많이 쓰는 표현이나 말투를 많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노래를 부를 때는 기술보단 감정에 집중한다. “듣는 사람에게 내 감정이 가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상상력은 물론 자신의 이별 경험까지 동원하며 감정 표현에 힘을 쓴다고 말했다.
케이시는 2015년 데뷔해 긴 시간 이름을 알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그때가 좋았어’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덕분에 ‘더 열심히 했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무명 시절이 길었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나는 한 번도 음악을 떠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이 됐든 버스킹이 됐든, 늘 음악을 해왔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음반엔 그간 사랑받은 노래와는 다른 스타일의 곡들도 많이 담았다”며 “슬픈 발라드 말고 밝은 노래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