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대신 일탈…볼빨간 사춘기의 이유 있는 변화

설렘 대신 일탈…볼빨간 사춘기의 이유 있는 변화

기사승인 2019-09-10 16:51:06

목소리에도 지문이 있다고 한다. 여성듀오 볼빨간 사춘기의 보컬 안지영은 독특한 성문(聲紋)을 가진 가수다. 어떤 노래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떤 노래를 해도 정형화된 형태로 받아들여 지기도 했다. 음악적 지평을 넓히려는 그간의 시도에도, ‘볼빨간 사춘기의 음악은 비슷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던 이유다.

“그동안 ‘자기복제(를 한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10일 서울 선릉로 일지아트홀에서 만난 안지영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직접 노래를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색깔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나는 비슷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듣는 사람들은) 비슷하다고 말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 발매하는 새 미니음반 ‘투 파이브’(Two Five)는 이전 음반들과 전혀 다르다. 록, 힙합,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를 섞은 덕분이다. 안지영과 작곡가 바닐라맨이 함께 만든 타이틀곡 ‘워커홀릭’이 대표적이다. 귀에 쉽게 감기는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설렘이나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로 표현했던 안지영은 시니컬한 목소리로 일 중독자(워커홀릭)의 일탈을 노래한다. 

볼빨간 사춘기는 이런 음악적인 변화가 “특별한 심경 변화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자기복제’라는 지적을 의식한 변화도 아니란다. 안지영은 “우리가 쓰고 싶은 음악, 부르고 싶은 음악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팬카페를 보니 당황스러워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는 발판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음반은 스물다섯 살의 청년을 화자로 내세운다. 음반 제목도 숫자 25를 나타내는 ‘투 파이브’(Two Five)다. 우지윤은 이 음반을 “스물다섯 살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설명했다. 안지영은 “스물다섯 살은 20대 초반의 풋풋함도, 20대 후반의 성숙함도 아닌 애매한 나이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자신들의 처지나,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앞둔 또래 친구들의 모습이 음반의 실마리가 됐다. 안지영은 “‘세상을 절반만 알아도 괜찮아. 지금 힘들어도, 나중엔 내게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이 될 거야’라는 메시지”라며 “내가 쓴 노래인데 들으면서 나도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볼빨간 사춘기는 음반 발매에 이어 전국투어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만난다. 데뷔 후 처음 갖는 전국투어다. 안지영은 “이번 음반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우리에겐 이후의 음악적 행보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 음반을 사랑해주셔서 더 좋은 음악으로 찾아올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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