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이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음악회에서 호평을 받은 ‘만세배 더늠전’을 제52회 정기공연과 ‘2019세계소리문화축제’ 무대에 새롭게 올린다.
공연에 앞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단장 조통달)은 2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연습실에서 시연회를 갖고 회전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무대를 선보였다.
만세배 더늠전은 일제강점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초들이 독립의 열망을 담은 ‘만세배’를 타고 민족의 아픈 역사 현장을 관통해 광복의 의지를 되새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늠은 판소리 명창들이 노랫말과 소리를 새로 만들거나 다듬어 부르는 마당극의 한 대목을 의미한다.
더늠전에 등장하는 소작종, 미선공, 매갈이꾼, 징용노동자, 뱃사람, 가수지망생, 소리꾼, 징병군인 등은 일제의 폭압에 속 시원히 울분을 터뜨릴 수 없었던 당대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로 일제 치하 민족의 가슴 서린 애환을 들려준다.
창극은 일제강점기 전북을 무대로 일제가 미곡 수탈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신작로를 뚫은 전군도로 개설, 군산 미선공들의 파업, 옥구평야 이엽사농장 소작농들의 농민항쟁, 강제징용을 당해야만 했던 이종린의 귀국기 등 역사적 사건이 회전무대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번 공연은 창극단원들이 많게는 여석 역할을 돌아가며 다양한 개성으로 인물을 그려내 역동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지난 6월 ‘소리열전’ 공연에 참여한 창극단원의 소리를 듣고 인물 각각에 담아낸 고선웅 작가의 정성에, 창극단원들의 농익은 성음과 절제된 춤사위에 에 더해진 30인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수성가락이 작품의 멋과 감동을 더했다.
민족사의 아픈 현장을 무대로 끌어내 해박한 소리지식으로 작품을 틀을 구성한 임영욱 작가, 전통 판소리의 원전을 살려 민요과 가요까지 아울러 한민족의 정서를 선율로 풀어내 작곡가 김성국, 공연을 준비하며 단원들과 열정을 쏟아부은 이왕수 연출가, 민중의 삶을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낸 고선웅 연출가의 협업이 작품의 완성도에 오롯이 녹아들었다.
퇴임을 한 달여 앞두고 이번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조통달 창극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한 연습시간 매순간이 뜻 깊고 감사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태근 국악원장은 “이번 정기공연을 통해 광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10월 2일, 3일 열리는 공연은 전석 2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관객은 공연당일 현장에서 구입 가능하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