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가을야구는 왜 악몽으로 끝났나

다저스의 가을야구는 왜 악몽으로 끝났나

기사승인 2019-10-11 07:00:00

정규리그 106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LA 다저스의 가을이 끝났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은커녕 디비전시리즈(NLDS)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판3승제)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5차전에서 3-7로 패했다. 시리즈 2승3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NLCS 진출 티켓을 워싱턴에게 넘겼다. 

충격적인 결말이다. 다저스가 첫 관문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힘들지라도 무난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다면 다저스의 가을야구는 왜 실패로 끝났을까.

▲ 로버츠의 의아한 선수 운용

가을야구 참패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구성원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다. 의아한 선수기용, 한 박자 늦은 투수 교체 등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차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역량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는데 이번에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에서도 부진했던 A.J 폴락을 지속적으로 기용한 것이 아쉬웠다. 다저스는 올 시즌 야시엘 푸이그를 내보내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폴락을 데려왔다. 

하지만 폴락은 철심 제거 수술을 받는 등 장기간 부상에 신음했고 결국 정규리그 86경기에서 타율 0.266 15홈런 47타점 OPS 0.795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도 폴락의 타격감은 올라오지 않았다. 5경기에서 13타수 11삼진을 당했다. 타격 매커니즘이 눈에 띄게 무너졌지만 로버츠 감독은 꿋꿋이 폴락을 기용했다. 5차전 3-7로 뒤진 10회말에도 폴락을 대타 투입하는 기행을 벌였다. 폴락은 어김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클레이튼 커쇼를 맹신한 것도 뼈아팠다.

커쇼는 다저스의 에이스다. 하지만 가을이면 유독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차전 선발로 나섰지만 3실점하며 경기를 내줬고 5차전에선 7회 2사 위기 상황을 틀어막았지만, 3-1로 앞선 8회 백투백 홈런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당초 로버츠 감독은 이날 선발 워커 뷸러에 이어 커쇼의 불펜 등판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뷸러가 긴 이닝을 소화하며 최소 실점을 했으니 순리대로라면 필승조인 마에다 켄타와 켄리 젠슨이 투입돼야 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8회 첫 타자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뒤에도 커쇼를 마운드에 방치했다가 일을 그르쳤다. 

 이에 대한 로버츠 감독의 해명도 논란을 빚었다. 경기 후 취재진이 마에다가 예열을 마친 상황에서 왜 커쇼의 등판을 결정했는지 묻자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더 좋을 것 같았다”며 “나는 커쇼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가 던졌다”는 뜨악한 답변을 내놨다.

또한 로버츠 감독은 9회를 막은 조 켈리를 10회에도 투입하고, 그가 볼넷과 2루타를 내줬는데도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등 의아한 판단으로 다저스의 패배를 자초했다. 

이밖에도 러셀 마틴, 데이빗 프리즈 등 타격감이 좋거나 경험 많은 베테랑보다는 윌 스미스, 맷 비티 등 신인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 ‘내일’ 생각했던 다저스

‘오늘만 사는 팀’을 상대로 ‘내일’을 생각했던 것도 문제였다. 워싱턴은 자신들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만을 꺼내 다저스와 맞섰다. 일례로 워싱턴은 다저스 홈에서 치러진 2차전 승부처에서 선발 투수인 맥스 슈어저를 과감히 투입해 승기를 가져왔다. 

반면 다저스는 홈에서 2승을 가져갈 수 있는 필승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 홈에서 매우 강하고,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이자 사이영상 후보인 류현진 대신 커쇼를 2차전 선발로 낙점했다.  

벼랑 끝에 몰린 6차전에서도 콜라렉, 젠슨 등의 필승 자원들을 벤치에 앉힌 채 켈리에게 2이닝을 맡기는 등 타이트하게 시리즈를 운영하지 않았다. 

▲ 전력 보강 소홀·실패

다저스 프론트 또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영입한 폴락과 켈리는 사실상 실패작이다.

폴락은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에서 ‘X맨’에 가까운 활약을 보였다. 불펜진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보스턴에서 데려온 켈리도 실망스러웠다. 정규리그에선 5승4패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선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23.14를 기록했다. 

부진을 거듭해도 켈리 외의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 역시 올 시즌 부진해 불펜 보강이 절실했지만 이렇다 할 추가 영입은 없었다. 

디저스 프론트는 2017년 월드시리즈를 앞두고도 아쉬운 선택을 했던 바 있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와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다르빗슈를 영입했지만, 다르빗슈는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1.2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기대를 배반했다. 

여러 사례들을 되돌아보면 다저스 프론트의 안목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