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이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해 대고객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두 은행의 사과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질타와 함께 분쟁조정을 ‘방패막이’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또 다른 지적을 불러왔다.
함영주 부회장은 이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DLF 사태로 인해 손님들의 소중한 재산에 손실이 많이 난 부분에 대해서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100% 배상안이 나와도 따르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판매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이미 발표했고, 충실히 수행해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책임질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도 “무겁게 책임 통감한다.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고 뼈를 깎는 아픔을 느낀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향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잘 못 했다’ 뒤에서는 자료 은폐=두 은행의 경영진이 국감에 나와 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해 사과에 나섰지만 국감에 나선 정무위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특히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검사에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DLF관련 내부자료를 삭제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더 냉랭해 졌다.
지상욱 의원은 “지성규 현 하나은행장의 지시로 진행된 자체조사 결과 불완전판매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하나은행이 고의적으로 조사 자료를 삭제했다”며 “하나은행은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 때도 자료를 삭제하고 증거인멸을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주 부회장은 DLF 자료삭제 대해 일관되게 “모른다”면서, 채용비리 검사 당시 자료 삭제 역시 “재판을 진행중인 문제로 대답이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금감원 실무자가 증인으로 나와 “하나은행이 삭제한 자료는 지성규 행장의 지시로 DLF 판매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1·2차 자체검사 결과로, 삭제된 파일에는 불완전판매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하나은행의 자료삭제에 대응해 금감원이 금융보안원의 협조를 받아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진행 데 따른 증언이다.
◆실질보상 없이 사후대책만 주르륵=국감의 분위기가 냉랭해진 가운데 두 은행의 적극적인 피해자 구제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윤경 의원은 “우리은행은 펀드리콜제, 확인콜 등을 시행하거나 고객수익률을 KPI(직원평가지표)에서 배점하겠다 하지만 모두 사후관리에 불과하다”며 “무책임하다”고 일갈했다.
특히 두 은행 경영진은 '은행이 원금손실에 대한 위험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했기 때문에 분조위 결정과는 별도로 은행이 전액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고용진 의원의 제안에 끝내 “전액 보상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태규 의원은 이를 두고 “두 은행이 이번 기회에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능동적인 개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런 점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정태옥 의원은 두 은행이 금감원의 분조위 뒤에 숨어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은행들이 분조위 결정을 따른다고 계속 이야기 하지만 실질적으로 분조위 뒤에 숨어 뒷짐 지고 있는 것”이라며 “분조위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경우 피해자들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 전체의 책임, 배상으로 연결=우리·하나은행이 DLF사태에 대한 배상은 분조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윤석헌 원장은 이날 “DLF사태에 대한 은행의 구조적 문제를 배상과 연결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상의 기준을 단지 개별판매의 문제점, 부실판매 문제점으로만 잡지 않고 은행의 구조적인 문제 측면에서 접근하겠다는 것.
윤 원장은 “DLF 사태는 은행 내부통제 취약성이 결정적이었다”며 “실질적으로 KPI(성과평가 지표)가 잘못된 유인을 직원들에게 부여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조위 배상 조정과 관련해 “단순 판매 시점에서 발생하는 문제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은행 체계의 문제가 있었다는 관점을 보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윤 원장은 “내부 통제 관련 규율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나 각 업권별 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거기(법제화)까지 가는 기간 동안 (금융회사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내부 통제가 은행을 선진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걸 계속 지도해서 끌고 갈 생각”이라고 향후 제도개선 방침을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