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수술 의사에 손가락 손상이라니”...반복되는 의료인 폭력, 답답한 의료계

“미세수술 의사에 손가락 손상이라니”...반복되는 의료인 폭력, 답답한 의료계

'임세원법'에도 폭력 사고 방지 역부족...의료계 "병원 폭력 일벌백계해야"

기사승인 2019-10-26 04:00:00

“타격이 큽니다. 미세수술 의사에게 손가락 손상이라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죠.”

올해 초 故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의사를 향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현장에서는 더 이상 진료실 폭력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4일 서울 노원구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50대 후반 남성 환자A씨가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정형외과 의사 B씨는 흉기를 제지하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 B씨는 손가락 신경을 접합하는 미세수술을 시행하는 수부외과 전문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의료진으로서 중대한 피해를 입은 격이다.

범행을 저지른 A씨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손가락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수술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의료진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패소 판결을 받은 뒤 앙심을 품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병원에 보안인력을 강화하고 관련 장비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난폭한 폭력 사건을 막기에는 역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진료실 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경진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수부외과 전문의)는 “아무리 보안요원이 배치되고, 안전벨이 있더라도 진료실에서 환자가 갑작스럽게 흉기를 들이댄다면 피할 방법이 없다”며 “폭력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환자 설명의무나 증거자료 남기기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결국  의료진의 안전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다친 곳을 수술한 뒤 후유증이 남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의사의 일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손접합 전문의는 대학병원급에 한 두 분 정도다.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고 우려했다. 

국내 의료현장의 폭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전국 729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현장 폭행 발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병원의 약 11.8%, 의원의 약 1.8%에서 의료인 폭행 사건이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1곳당 평균 3건, 의원 1곳당 평균 1건의 폭행 사건을 경험한 셈이다. 폭력 피해자는 67%가 의사·간호사였으며, 환자 및 환자 보호자가 가해를 한 경우가 병원은 90.1%, 의원은 85.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의료계에서는 반복되는 진료현장 폭력을 끊어내기 위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현장 폭력은 병원 전체 환자와 또 해당 지역의 잠재 환자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 폭력 사건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폐지와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임세원법이 나왔지만, 그 본질에 있어 한계가 있었다. 의료기관 폭력이 중대한 문제라는 국민적 정서가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 의료인 폭력에는 일벌백계하는 방향으로 법안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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