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 놓친 폐암으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병원이 유족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3단독 김연주 판사는 2016년 폐암으로 숨진 A(사망 당시 76세)씨의 유족이 인천 B 종합병원의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해당 병원 법인이 A씨의 아내에게 600여만원, 자녀 4명에게는 각각 400여만원 등 유족 5명에게 2천2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다.
A씨는 7년 전인 2012년 10월 복통과 발열로 B병원 응급실을 찾아 혈액검사와 흉부 방사선검사 등을 받았다.
의료진은 흉부 방사선검사 결과 폐암이 의심된다며 A씨에게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권유만 했을 뿐 실제로 CT 검사를 하진 않았다.
A씨는 이듬해 1월부터 6월까지 해당 병원에서 5차례나 흉부 방사선검사를 재차 받았으나 "활동성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료진의 말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1년가량 뒤인 2014년 5월과 7월에도 B병원 심장내과를 찾았지만, 검사 결과 폐 일부가 쪼그라드는 '무기폐' 소견 외 특별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A씨는 2016년 1월 말 결국 폐 CT 촬영을 했고, 보름 뒤 폐암 진단을 받고서 닷새만인 그해 2월 사망했다.
법원은 의료진이 CT 촬영 등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가 조기에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게 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2012년 10월 A씨에게 CT 촬영을 권유한 소견은 확인됐으나 실제로 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이어 "2015년 5월 이뤄진 흉부 방사선 촬영 영상에 따르면 좌측 폐동맥에서 볼록한 모양이 보였고 이는 비정상 소견으로 의심할 수 있었다"며 "확진을 위해서는 CT 촬영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폐암은 흉부 방사선 촬영만으로 진단하기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고 1년 6개월 넘게 지나서야 CT 촬영을 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