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고양시 행정에 분노한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고양시에 이제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 “고양시민인 게 창피하다.” “요진을 도우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요진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경기도 고양시의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이 좌절된 뒤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실익도 없는 상고심을 고집해 시간과 혈세만 낭비하고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고양시의 태도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31일 고양시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내렸다. 지난 6월 항소심의 ‘각하’ 판결 이후 4개월 만에 나온 결과로서 상고 사건으로서 심리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결과가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은 너도나도 고양시의 미숙함과 무능함을 질타하고 있다. 특히 요진의 기부채납 미이행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은 인구 105만 대도시의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의 여러 변호사도 고양시의 잘못된 법적 대응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성토한다.
일산서구 탄현동 주민 김우재씨(72)는 “기부채납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쓰는 요진을 상대로 한 고양시의 안이한 대응이 너무 실망스럽다”면서 “이러다가는 영영 기부채납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 확인소송은 의미가 없다는 뜻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는데도 굳이 대법원 상고까지 간 저의를 모르겠다”면서 “꼭 법적으로 다퉈야 한다면 이행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양시의 상고 직전 수많은 이들이 요진의 기부채납 대상 업무빌딩의 규모를 확인해 달라는 확인소송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바로 이행소송과 손해배상소송에 들어갈 것을 주장했다. 고양시의원과 고양시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주장이 많았다. 그럼에도 고양시는 뭔가에 홀린 듯 상고를 강행, 항소심에 이어 연거푸 심리할 가치조차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부채납 이행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히자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더구나 잘못된 상고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비난의 강도는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그러면서 정치적 책임론과 함께 이재준 시장을 향한 비난의 강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날 나온 고양시의 보도자료은 면피성 발표일 뿐이라고 저평가됐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기각될 수 있다는 법률자문 의견을 고려했다”는 표현 등은 스스로 잘못된 상고였다고 자인한 꼴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리고 “강도 높은 이행의 소를 진행하겠다” “요진개발의 부당한 처사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추상적인 수사(修辭)보다는 구체적인 방침을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양시 한 공무원은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을 저지르고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건 시민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나서 바꿀 건 바꾸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 한 의원은 “강도 높은 소송을 한다거나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그냥 듣기 좋은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면서 “지난달 15일 시의회 의정질문 답변에서 나온 이 시장의 화려한 ‘말의 성찬’이 연상돼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나올 고양시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고양시의 발표대로 이행소송도 충실히 해야겠지만 그 외 요진을 상대할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방법을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의회 이홍규 의원은 “고양시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 시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이재준 시장은 강단과 근성을 갖고 시의회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모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요진개발은 백석동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인 요진 와이시티를 조성하면서 고양시와 맺은 연면적 2만평의 업무빌딩과 학교용지 등에 대한 기부채납 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소송전을 비롯한 각종 수단을 동원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리고 고양시와 요진 사이에는 3차례 협약의 적법성에서부터 이들 협약 과정에서의 비리나 배임 혹은 공모 여부 등을 두고 여러 의혹이 엉켜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