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시행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높은 난이도로 ‘불수능’이라고 불린 작년보다는 전반적으로 쉽거나 평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역별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교사들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난도가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소속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이른바 상위권 응시생은 비교적 수월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중위권 응시생에게는 수학이나 영어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문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1교시 국어영역은 지난해 초고난도 문제 때문에 ‘불수능’의 주범으로 꼽혀 올해 시험 난이도에 관심이 집중됐던 과목이다.
김용진 동국대 사범대 부속여자고등학교 교사는 “국어영역 시험은 작년 수능보다 쉬웠다”면서 “올해 9월 모의평가 때보다도 쉬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논란을 불러왔던 31번 만유인력 관련 문항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래도 독서파트가 까다로워 변별력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제관련 지문이 나온 40번이 최고난도 문항으로 꼽힌다. 김 교사는 “40번 문항은 사회영역의 BIS(자기자본) 비율을 다룬 문항으로, EBS연계도 아니어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 학생들의 변별력이 확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교시 수학은 가형과 나형이 모두 어려웠던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중간 난이도 문항들이 다소 출제돼 중상위권 학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곡고등학교 조만기 교사는 가형과 나형의 전반적인 난이도에 대해 “최상위권 학생 입장으로 봤을 때 킬러문항인 30번 문항은 조금 접근이 쉬웠을 것”이라며 “중하위권에게는 (예년과) 난이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금촌고등학교 최영진 교사는 “가형과 나형을 분석하면서 느낀 것은 기존과 다르게 학생들이 기본개념과 원리를 아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빠르고 쉽게 풀 수 있는 문항이 많다는 점”이라며 “완벽하게 기본개념과 원리를 숙지하지 못했다면 시간적 상황에서 곤란을 겪을 문제가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학사, 대성학원 등 입시업체들도 수학 난이도가 작년과 비슷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면서 응시생 입장에서는 어렵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봤다.
절대평가인 3교시 영어영역은 작년 수능보다 쉬웠다고 평가된다. 신유형 문항이 없었고 EBS 연계율이 높았다는 이유다.
숭덕여자고등학교 유성호 교사는 “보통 장문독해에서는 EBS연계를 하지 않는데 장문독해 2문제가 연계됐다. EBS 교재로 충실히 연습한 학생들은 체감상 연계율이 높았을 것”이라며 “일부 문장이 어려워서 중위권에는 체감 난도가 조금 높았을 수 있지만, 선택지가 작년 수능 대비 어렵지 않아서 평상시 등급은 유지했을 것”라고 내다봤다.
고난도로 꼽힌 문항으로는 함축적 의미를 묻는 21번, 어휘 문제인 30번, 빈칸추론인 33번과 34번, 문장 순서를 묻는 37번 등이 꼽혔다.
총괄분석을 맡은 소명여자고등학교 오수석 교사는 “수능이 끝났으니 가채점을 통해 남은 수시 일정에 어떻게 지원할지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며 “가채점을 할 땐 자기점수에 대해 과대해석 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면밀하게 분석해 정시지원이 가능한 대학을 찾은 후에 수시에서 대학별고사에 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입시 수시모집 확대로 응시생이 사상 처음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3교시 응시생은 48만2348명으로,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18일까지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을 받아 25일 정답을 확정·발표한다. 성적인 다음달 4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