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게임 즐겨도 종교적 양심 유효...병역거부자 무죄

살인게임 즐겨도 종교적 양심 유효...병역거부자 무죄

기사승인 2019-11-23 09:21:46

종교적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과거 인명을 살상하는 온라인 게임을 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적 신념을 의심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생이던 시절 온라인 살상 게임을 이용한 기록 때문에 종교적 양심을 의심받았던 병역거부자들은 연이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이재경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24)씨와 권모(23)씨에게 같은 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각각 2015년 11월 16일과 2017년 12월 12일까지 육군훈련소 등으로 입대하라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병역 이행이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와 권씨가 학창 시절 총기 등 살상 무기를 사용해 전쟁하는 내용의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 사실을 제시하며, 진정한 의미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병역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내세우는 병역거부 사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판단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에는 '서든어택' 등 총기를 들고 상대를 살해하는 방식의 1인칭 슈팅(FPS) 게임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병역거부자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만큼 해당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간접적으로 병역거부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게임을 할 당시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고,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의 특성상 현실에서도 폭력 성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신념이 가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검찰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성실하게 종교활동을 해온 점, 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생활 태도를 보인 적이 없는 점을 근거로 이들의 양심이 진실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이 "민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점도 참작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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