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5일 국회본청 223호에서 열린 제37차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중단한 우리 정부의 선의에 일본 정부는 악의로 화답하고 있다.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필두로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 같다.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는 어차피 미국이 막아줄 터이니 카드로서 효력을 상실했고, 한국에 대한 무역 제재의 지속 여부는 일본이 마음대로 결정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보는 아베 정권의 교활한 셈법이다. 한국을 미국과 일본의 하위파트너로 규정하는 용납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제재가 시작된 지난 7월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회담에서 지소미아 폐기를 최초로 권고한 저는 문 대통령이 불퇴전의 의지로 일본의 도발을 이겨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장은 불편하지만 일본과의 긴장을 감수하면서라도 민족의 자존과 역사의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면 지소미아 폐기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데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한일 국장급 대화가 성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소미아 폐기를 잠정 중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오만함을 더 키워준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것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만든 원칙과 일관성을 훼손하게 되면 우리는 ‘아무나 흔드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또 “우리에게 한미 동맹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미국의 압력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반세기 전에 원조 받던 시절의 국력에 기초한 동맹의 비대칭성을 계속 유지해 갈 수는 없다. 이제 엄연한 중견 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이 반영된 호혜적인 한미 동맹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어려움이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면서 돌파하는 리더십을 촛불 시민은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아직 늦지 않았다. 저는 이번 결정에 대화를 도모하고 포용하는 국가로서 명분을 축적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믿고 싶다. 또한 일본이 계속 오만한 행태를 보일 경우 당장 내일이라도 지소미아를 폐기할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줌으로써 세계 속에 당당한 나라, 부당한 강대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국가의 품격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던 국민을 믿고 강인한 생존의지로 돌파하면 될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