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들이 실손보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성 뇌경색에 대한 질병코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서 얼굴마비,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등의 증상 생기는 질병이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에 비해 3배 이상의 발생 빈도를 가지며, 국내 노인인구 사망원인의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이다. 뇌경색 환자의 세 명 중 한 명꼴로 사망하거나 혼자서 걷지 못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심한 후유증이 남게 되는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서 국가에서는 뇌경색을 4대 중증질환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하지만 뇌경색을 앓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제대로 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민간기업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하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상품내용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실손보험의 경우 가입자에게 질병명에 상관없이 의료실비는 지급이 되지만, 진단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는 진단명(진단코드)에 따라 가입자들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과거에는 중증질환 보험가입 약관에 '뇌경색증'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최근 상당수의 생명, 손해보험사에서 뇌경색을 중증질환 약관에서 제외시켜 놓고 있어 뇌경색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진단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급성으로 명시되었거나 또는 기재된 지속기간이 발병으로부터 4주(28일) 이하'로 질환 발생 시기에 따라 명확하게 분류되어 있는 심근경색증의 경우와 달리, 뇌경색은 급성과 비급성이 질병코드에서 나뉘어 있지 않아서 만성이나 무증상성 뇌경색 환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보험사에서 뇌경색 자체를 약관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손해 보험사의 약관 변경도 지급대상 결정의 사정상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뇌경색의 진단분류가 세분화되지 못한 것에 근본 원인이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의료기관, 보험청구, 국가정책, 역학연구 등 많은 분야에서 혼선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 이경복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경과)는 “뇌경색이 한번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는 환자는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며, 뇌혈관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MRI 등의 추적 영상검사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약물과 영상검사를 처방할 때 엄격한 보험급여 기준 때문에 급성이 지난 경우에도 외래 진료시 뇌경색 질병코드를 반드시 사용하여야 하며, 이에 일선에서는 급성 뇌경색 뿐만 아니라, 만성/무증상/진구성 뇌경색에도 같은 질병코드를 사용하게 된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내 뇌졸중의 연간발생률 (annual incidence)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으며, 뇌경색을 포함한 뇌졸중 발생의 정확한 통계 확인이 쉽지 않아,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국가 차원에서의 대국민 건강, 보건사업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급성 뇌경색은 치료와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최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도 차기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11, ICD-11)에서 무증상 또는 만성을 제외한 급성 뇌경색을 별도로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 통계청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서도 급성 심근경색과 같이 급성 뇌경색을 별도로 분류해야 한다”며 "뇌졸중을 겪는 취약한 일반 국민들이 차별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들이 협조하여 급성 뇌경색 질병 분류의 제도적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