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기가 끝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새로운 자유한국당 원내 사령탑으로 심재철 5선의원이 선출됐다. 이에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멈춰버린 국회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문제는 9일 결선투표로 선출된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와 선거에서 한조를 이루며 정책적 동반자로 나선 3선의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의 의중이다. 당선 전후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한국당의 강경한 입장에 변화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협상의 여지가 조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심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인사말을 통해 “여당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오늘(9일) 당장 예산을 추진하려는 것을 스톱하라, ‘4+1’은 안 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는 강경한 뜻을 전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 신임 정책위의장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당과 정치모임(4+1 협의체)이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을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통과 시키려는 움직임을 두고 강력히 반발했다. 8일에는 예결특위위원장의 이름으로 ‘4+1협의체’를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라고 규정하며 “조력한 공무원들을 고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모두 ‘4+1 협의체’의 불법성을 강조하며, 문희상 국회의장이 언급한 9일 본회의 개최 후 예산안 및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의 상정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오후 2시부터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개회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는 또 “우리는 소수다.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현실 앞에서 협상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 내주는 것은 줄이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며 결사반대만을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도 보여, 한국당 입장이 조금은 유동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여타 정당들 또한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의 선출을 환영한다면서도 협상을 통한 원만한 국회운영을 당부하는 말들도 함께 남겼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심재철 원내대표의 국회에서의 오랜 경험과 경륜이 교착상태의 국회, 대치상태를 현명히 풀어나가길 바란다. 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출이 대화의 창구와 의회정치를 회복하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뵨인도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면서 “협상을 통해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정치복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예산, 민생법안, 개혁법안 처리에 협조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