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경북 군위군수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 주민투표 결과에 불복하며 탈락된 단독후보지인 우보면 유치를 국방부에 신청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군위군이 독자노선을 계속 고집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돼 사실상 대구공항 및 군공항 이전은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전, 상대지역 비방 등으로 불거진 지역 간 갈등도 극에 달해 있어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적극 추진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특히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이 지사와 권 시장은 22일 오후 4시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결과와 향후 통합신공항 건설 및 공항 후적지 개발 등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군위군의 '불복'으로 사실상 취소하고, 입장문만 발표하기로 했다.
◆ 독자노선 선택한 '군위'
김영만 군위군수는 주민투표에서 탈락된 단독후보지인 우보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한 것과 관련해 "군위군민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주민투표 결과 군위 우보는 참여율 80.61%(1만7879명), 찬성 76.27%(1만3246표)이었다.
김 군수는 "군수가 군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군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주민투표 결과를 통해 나타난 군위군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 대구공항 이전지로 군위군 우보만 유치 신청하게 됐으며 절차에 따라 신속히 최종이전지가 결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민투표 다음날인 22일 삼국유사문화회관에서 열린 주민투표 결과 설명회에서도 김 군수는 "군위군민의 의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군수의 결정에 군위군의회도 입장문을 내고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군위군 우보면 일대만 유치 신청한 군위군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힘을 실었다.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도 주민투표가 끝난 21일 밤 김 군수에게 "투표 결과에 관계 없이 단독후보지(군위 우보)에 대한 유치 신청권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경북 의성군은 22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입지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공동후보지인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에 대해 유치 신청을 국방부에 했다.
◆ 주민 손에 결정권…주민투표 합의 무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김주수 의성군수, 김영만 군위군수는 지난해 9월 경북도청에 모여 최종 부지 선정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4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의성과 군위에서 각각 자신의 지역에 신공항이 오는 것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률이 높은 곳을 최종 신공항 이전지로 선정하는 것을 합의했다. 이 방식은 의성군수가 제안했고 군위군수와 경북도지사, 대구시장이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11월 국방부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의성 및 군위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4회 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함)형 시민의견 조사'를 통해 주민투표 및 부지선정 방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성·군위군민 200명은 대전에서 2박 3일 동안 합숙하며 선정 방식에 대해 논의했고 ‘이전후보지 관점(공동후보지 분리)+투표참여율’ 방식을 최종 선택했다. 군위군민은 ‘군위 우보’와 ‘군위 소보·의성 비안’에 각각 찬반(2표)을, 의성군민은 ‘군위 소보·의성 비안’에 대해 찬반(1표) 투표한 뒤 각 지역의 찬성률(50%)과 군민 투표참여율(50%)을 합산해 최종 입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 방식에 따라 내년 1월 21일 주민투표를 해 최종 입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영만 군수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8조 2항)에 '지자체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국방부장관에게 군공항 이전 유치를 신청한다'는 것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투표에서 군위군민들은 우보 후보지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만큼 의성군의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유치 신청은 우보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김 군수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근거법인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8조2항과 3항은 주민투표를 실시한 이전후보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유치를 신청하는 권한과 신청한 지자체 후보지 중에서만 국방부가 이전부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주민투표 결과를 통해 나타난 군위군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 대구공항 이전지로 우보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대구시, 경북도, 의성군, 군위군 4개 지자체장 간의 합의의 성격, 특별법 해석 등을 놓고 법적 공방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갈등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 주민·네티즌 "쯧쯧쯧…주민투표가 장난이냐?'
김영만 군위군수가 탈락지를 통합신공항 부지로 신청한 것과 관련,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A씨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내고 깨끗이 승복하고 통합에 힘쓰라"고 했고, 대구 동구의 한 주민도 "주민에게 결정권을 넘겼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위에 살고있는 군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군위 군민으로서 부끄럽다. 깨끗하게 승복하고 협조해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그럴 것 같으면 왜 투표 하자고 합의했냐? 투표하는데 들어간 노력과 혈세는 누가 책임지냐?"라고 비난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군민의 뜻을 받은 당연한 결과"라며 김 군수의 결정을 지지했다.
의성·군위=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