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조현병 환자, 경제적 부담 없이 사회복귀에 집중해야

[진료실에서] 조현병 환자, 경제적 부담 없이 사회복귀에 집중해야

기사승인 2020-01-28 04:00:00

글= 송파미소병원 정재용 원장

조현병은 발병 연령이 10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평생 꾸준한 치료가 요구되기 때문에 여러 정신질환 중에서도 경제적 비용이 많이 요구되는 질환이다. 여기에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다 보니 의료급여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조현병은 평생에 걸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에도 비용적 문제로 치료법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일 때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 가운데 국가의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대상자는 절반에 가까운 45%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경제 활동이 어려운 1종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해 치료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의료급여수가 개정이 이루어져 1종 의료급여 입원환자에 한해 조현병 최신 치료법인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본인부담금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한 번의 주사로 한 달에서 석 달 동안 체내 약물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낮은 복약순응도로 인해 경구제를 통한 치료로 한 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한 비율이 높은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높은 복약순응도를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재발률, 사망률 감소효과 또한 증명한 바 있다. 이처럼 개선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종 의료급여 입원환자나 1·2종 의료급여 외래환자는 10%의 본인부담금이 존재해 지속적인 사용이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에는 입원치료를 통해 좋은 치료 경과를 보여온 환자들이 외래환자로 전환되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을 중단해 질환이 재발하거나,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으로 증상이 나아졌음에도 본인부담금으로 인해 외래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환자가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 10%에 해당하는 2~3만원의 약값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건강보험 조현병 환자가 외래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 받은 비율은 4.4%, 그러나 의료급여 환자는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재발율이 높아 5년 내 재발할 위험이 무려 80%에 달하는 질환이다. 또 재발환자는 비재발군에 비해 7배 더 많은 치료비용이 필요하고, 치료 기간이 장기화되고 회복할 수 있는 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로 치료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조현병 환자에게 꾸준한 약물치료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이 절실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조현병 입원환자의 외래진료 전환 후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치료다. 입원했던 환자가 증상이 조절되어 퇴원하면 당분간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 및 타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1인 가구 혹은 소가족 시대에는 각자의 생업이 있기 때문에 늘 곁에서 돌봐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퇴원 후 환자의 저하된 정신적 기능 및 사회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낮병원’이다.

‘낮병원’은 아침부터 낮 동안 병원에서 재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알지 못하는 환자가 많고 알아도 주변에 재활시설이 없어 집에 남겨져 임의로 약을 중단해 재발로 이어지거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조현병 치료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낮병원은 안정적인 약물치료와 환자 사회복귀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조현병 환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의 차별을 받지 않고 사회복귀에 보다 힘쓸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도 조성되길 바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