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잠복기 ‘14일’보다 길 수 있다?

신종코로나 잠복기 ‘14일’보다 길 수 있다?

28번 환자 증상 발현 시점 모호…3번 확진자와 1월 25일 마지막 접촉

기사승인 2020-02-11 16:55:27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최장 잠복기가 기존에 알려진 14일보다 더 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3번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알려진 28번 환자가 3번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지 16일 만에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환자의 마지막 접촉일은 1월 25일이다.

방역당국은 28번 환자의 증상 발현 시기가 모호하기 때문에 ‘잠복기 14일’을 넘어선 첫 사례로 확정하긴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잠복기 14일’ 자체가 임의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8번 환자(30세 여성, 중국인)는 지난 1월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3번 환자(54세 남성, 한국인)의 지인이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귀국했고, 22일과 24일 서울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를 함께 방문했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집에서 접촉했으며, 26일부터 3번 환자는 명지병원에, 28번 환자는 3번 환자의 모친 집에 격리됐다.

이 환자는 자가격리 기간 중 발열 등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잠복기 완료 시점을 하루 앞둔 8일 1차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의 결과가 나와 재검사가 결정됐고, 24시간 간격으로 2차례 재검사가 실시됐다. 10일 최종적으로 양성으로 판정됨에 따라 명지병원 격리병상에 입원됐다.

지금까지 상황을 미루어 봤을 때 28번 환자는 3번 환자로 인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입국 후 두 환자의 동선이 거의 일치하고 가장 밀접하게 접촉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또 우한에서 같이 입국했기 때문에 중국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질본 측 설명이다.

3번 환자로 인해 감염됐다고 가정하면, 마지막 접촉일을 기준으로 해도 잠복기가 14일을 넘는 상황이다. 그동안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는 2~14일로 알려져 있고, 대개 7일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다. 때문에 확진자 접촉자의 자가격리 해제 시점도 14일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28번 환자 사례가 발생하고, 최장 잠복기가 24일에 달한다는 중국 논문도 발표되면서 자가격리 해제 기간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한 편의 논문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잠복기 14일을 변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본 등은 잠복기를 더 당겨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그 기준을 바꿀 계획이 없다”라며 “28번 환자 사례를 보더라도, 환자가 젊기 때문에 경미한 증상이 있었어도 주관적으로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잠복기 14일을 넘어서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는 맞으나 (14일 후) 증상이 발생한 케이스라고 확정할 순 없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28번 환자는 자가격리 전 다른 질환으로 인해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복용 기간은 1월 21일~28일 아침으로 확인된다. 진통소염제를 복용할 경우 발열이나 인후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환자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 양도 양성으로 판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다. 바이러스의 양을 추정하는 수치를 CT값이라고 하는데, 대략 35보다 낮으면 양성으로 판정되지만 28번 환자는 37~39정도였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3차례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을 오갔고, 10일 결과에서도 양성치에 근접한 수치였다”며 “이러한 이유로 환자의 발병 시기는 현재 추정 중이며,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잠복기 기준을 늘리는 것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신종코로나의 잠복기가 14일보다 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잠복기가 기존 14일보다 길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며 “애초에 잠복기 14일이라는 기준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를 알고서 정한 것이 아니라 임의로 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가 14일 내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녀녀 메르스 때도 대부분 환자의 잠복기는 14일이었지만 예외적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며 “중국에서도 신종 코로나 최장 잠복기가 24일이라고 보고가 나온 만큼, 흔하지 않지만 아울라이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 사례를 기준으로 잠복기 기준을 14일보다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자가격리 기간을 늘렸을 때 발생하는 보상, 관리비용 등 행정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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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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