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스위스 당국은 자국 소재의 암호 장비 제조사 ‘크립토AG’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유였으며, CIA가 정보를 손쉽게 빼내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캐롤리나 보렌 스위스 국방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립토에 대한 사안을 지난해 11월 내각에 통보했으며, 지난달 15일 해당 사안을 검토하기 위해 전직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고 6월까지 보고하도록 결정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렌 대변인은 "이 사건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의 맥락에서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정보 전문가 에리히 슈미트-엔봄은 크립토에 대한 서방 첩보 기관의 개입 의혹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AP에 말했다. 그 예로 1992년 크립토 직원이 이란에서 체포돼 수개월 동안 수감됐는데, 그의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지불한 측이 서독의 정보기관인 BND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BND가 1993년 정치적으로 민감한 작전에서 손을 떼게 한 이유가 됐다고 슈미트-엔봄은 설명했다. 독일의 BND는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슈미트-엔봄은 또 BND의 경우 크립토의 암호 장비 판매 수익을 현장 운영에 사용했지만, CIA는 경쟁 업체를 매수하고 크립토 지분을 매입하는 데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위스 당국이 크립토의 본질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 ‘믿을 수 없다’ ‘그들은 두 눈을 감았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전세계 정부를 상대로 암호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가 사실은 미 중앙정보국(CIA) 소유였으며 CIA는 서독 정보기관과 함께 손쉽게 정보를 빼내왔다고 폭로했다.

이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와 독일의 방송사 ZDF는 기밀인 CIA의 작전 자료를 입수, CIA가 크립토를 활용해 각국의 정보를 손쉽게 빼내 왔다고 폭로했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둬 크립토의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 정보를 쉽게 해제, 취득할 수 있었고, 장비 판매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의 거액도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크립토의 고객이었던 국가는 120개국이 넘는데, 이 가운데 확인된 62개국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한국은 1981년 기준으로 이 회사의 10위권에 드는 고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주된 타깃이었던 구소련과 중국은 크립토AG의 장비를 절대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 회사가 서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CIA와 BND는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으나 문건의 진위를 반박하지도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문건을 전부 읽을 수 있었으나 문건 제공자가 발췌본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일부 발췌본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크립토는 2018년 다른 기업에 매각됐지만 현재도 10여개 국가에서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대부분을 매입한 업체 두 곳은 어떠한 정보기관과도 현재 관련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사법 당국을 위해 고안된 ‘백도어’를 이용해 세계 각국 이동통신망에 비밀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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