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150만원 소득 신고”…알고 보니 ‘교수님’

“나도 모르게 150만원 소득 신고”…알고 보니 ‘교수님’

기사승인 2020-03-03 05:31: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경기도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학생에게 지급한 아르바이트 비용을 부풀려 국세청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소득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피해 학생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 사실을 알고도 해당 교수에게 2020학년도 1학기 강의를 배정한 상태다. 

사회초년생 A씨는 얼마 전 첫 직장에 입사해 ‘원천징수세금’ 조회를 하다가 황당한 사실을 알게됐다. 자신도 모르게 지난 2017년 한 법인이 ‘A씨에게 150만원을 사업 소득으로 지급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A씨에게 150만원을 지급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법인의 대표는 바로 단국대 천안캠퍼스 강의전담 B조교수. B조교수는 A씨가 재학 중 강의를 들었던 교수다. A씨는 지난 2017년 B조교수 개인 작업을 도와주며 9만6000원씩 2차례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았다. 그런데 이 비용이 A씨도 모르는 사이 150만원으로 ‘뻥튀기’ 돼 국세청에 신고된 것이다. 

A씨는 B조교수에게 제출한 통장 사본, 주민등록증 사본 등 개인정보가 악용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즉시 국세청과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단국대와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다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국세청이 나서자 지난 1월 B 조교수는 해당 원천징수액에 대해 잘못 신고된 세금 내역이라고 인정했다. 또 B조교수 측은 국세청에 ‘A씨에게 9만6000원을 지급했다’는 서류를 제출해 세금 정정이 됐다.

전문가는 소득 탈루와 탈세의 의도가 짙다고 봤다. 세무법인 택스테크의 김진석 세무사는 ”법인의 인건비를 과다 신고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와 세무대리인이 정말 실수로 잘못 신고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9만6000원과 150만원의 금액 차이가 크고, 이 두 숫자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 또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은 단국대 측이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A씨가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린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처음에는 단국대 측이 ‘사안이 엄중해 학교 쪽에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늦어도 1월 말에는 징계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국세청에서 세금 정정이 됐다는 사실을 알린 지난 1월 이후 학교측으로부터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현직 교수가 본인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 학생 개인정보를 악용해 세금 신고해 문제가 크다고 봤다”면서 “학과 특성상 분야가 좁기 때문에 피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학교에 잘 수습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학교가 정말 징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측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국대 측은 “대학교 내에서 인사위원회가 이미 열렸다. 법인에서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심리하고 징계를 의결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면서 “사건과 관련한 다른 내용은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B조교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 됐음에도 2020학년도 1학기에 강의를 배정받은 것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빠지게 될 수도 있지만 추후 논의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쿠키뉴스는 단국대 대외협력처, 과사무실 등 여러 경로를 통해 B조교수 입장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B조교수는 단국대 관계자를 통해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만 알려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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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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