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천지 예수장막성전(신천지)가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천지 교인 명단을 바탕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신천지가 정확한 명단을 넘겨주지 않아 긴급한 시국에 행정력을 낭비케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에서는 잇따라 신천지 명단이 정확하지 않다는 토로가 터져나오고 있다. 충북도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전달받은 신천지 신도, 교육생 명단을 바탕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북도청 직원 중 신천지 교회 신도가 1명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정부에서 전달받은 신도 명단에는 이름이 빠져있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된 이들이 명단에서 빠졌다면서 “제출된 명단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일선에서 전화를 일일이 걸어 확인하는 공무원들도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이 전화를 걸어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교인이 아니다”고 발뺌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바람에 가족들에게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항의 받는 일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도 모르게 신천지 교인 명단에 이름이 포함돼 황당해하는 시민들도 있다. 강의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신천지 교인으로 낙인찍혔다는 항변이다. 강원도 원주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선물을 준다고 해서 한 봉사단체 강연을 들었는데 이들의 이름이 교인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구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해서 사무실로 연락했고 이후 인문학 강의를 같이 듣자는 제의를 거부했는데 교육생 명단에 이름이 포함된 사례도 있었다.
신천지가 고위 인사들의 명단을 빼고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천지 대구교회는 교인과 시설 명단을 숨기고 당국에 건넸다가 이후 추가로 명단을 제출하기도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는 지난달 28일 신도 수를 속인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로 시가 고발하자 다음날 시설 명단을 추가로 보낸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교인 명단 359명을 추가로 제출했다.
이에 신천지를 강제로 압수수색해 제대로 된 명단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검찰은 즉시 강제수사를 통해 신천지의 제대로 된 명단과 시설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일 명단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정부 당국이 과천 신천지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구지검은 전날 경찰이 청구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다. 명단을 누락한 행위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경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의 신중한 태도 배경에는 방역당국이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할 경우 신천지 신도들이 음성적으로 숨거나 이동이 활발해져 방역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신천지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8일 일선 검찰청에 “당국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으면 압수수색 등으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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