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입국 제한’ 아베 총리, 일본 내에서 비판 목소리

‘한·중 입국 제한’ 아베 총리, 일본 내에서 비판 목소리

전문가 “일본 국내에 이미 감염 확산 상황…큰 의미 없어”

기사승인 2020-03-06 14:31:17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대책으로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입국 제한 카드를 내놓은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5일 저녁 주재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토록 하고 두 나라 국민에게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 매체는 아베 총리가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판단해 강행한 초중고 전면 휴교 조치와 마찬가지로 주먹구구식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본부의 전문가 회의에 참여하는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교수(바이러스학)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위험지역에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은 감염증 대책이 될 수 있다”라며 “지금은 위험지역이 동남아시아나 미국 등에서도 넓어지고 있고, 이들 지역을 전부 입국 제한지역으로 묶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라며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시타니 교수는 전문가 회의에서 일본내에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소규모 '감염자 집단'(클러스터)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선 국내 방역 대책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구치 기요스 미에병원 임상연구부장도 “사실상 입국 제한에 가까운 대책이지만 이미 국내에 감염이 확산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전체적인 (방역) 전략으로 국내 감염을 일거에 종식하는 단계라고 판단한다면 입국 제한이 의미가 있다. 다만 그럴 경우엔 국내에서도 광범위한 외출 자제 등 한층 강력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토 야스유키 국제의료복지대 교수(감염증학)는 언론과의 인터ㅠ에서 일본 정부도 국내 유입 억제에서 국내 감염 확산 방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해왔다면서 방역 전략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여 위화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집권 자민당 내에서조차 아베 총리가 입국 제한 강화 조치와 관련해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대응이 잘못된 결과로 나타날 경우 아베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일찌감치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선 전면 입국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국내 유입을 공항과 항만에서 막는다는 미즈기와 대책을 강조하면서도 올 4월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문제를 고려해 발원지인 우한 등에만 제한적으로 입국 거부를 적용했다.

하지만 전날 시 주석의 방일 연기가 발표된 직후 아베 총리가 한국을 함께 묶어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를 시행하겠다고 하자 시 주석의 눈치를 보다가 실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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