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돕는 취지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료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착한 임대료 운동에 앞장서 온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정작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건물에 입주한 업체들의 임대료 인하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행보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6일 중기중앙회 건물에 입주한 복수의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말 업체들에 2월 임대료 청구 고지서를 보냈다. 임대료는 이전 달과 동일했다.
중기중앙회 건물에 지난달 말까지 입주해 있던 한 웨딩 업체는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다.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하는 조합 모임, 2월 총회 등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결혼식도 여러 건이 취소됐다. 2월 마지막 주에만 2건에 달했다. 결혼식이 막상 열려도 하객 숫자가 줄었다. 대부분 축의금만 내고 식사를 안하고 떠나 식대 수입이 평소의 30~40%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중기중앙회가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2월 임대료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청구했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중기중앙회는 임대료를 빨리 내라고 독촉까지 했다”면서 “명색이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착한 임대료 운동에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 망정 역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중기중앙회에 입주한 다른 업체들 역시 지난달 임대료 인하는 없었다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시기가 2월 말이라 2월 임대료 인하는 건물 입장에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최근 여의도 직장인들이 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매출이 많이 줄었다. 3월 임대료부터는 중기중앙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렵사리 “임대료 인하를 고려해 달라”고 말을 꺼낸 뒤에야 중기중앙회가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는 게 업체들 설명이다. B 업체 관계자는 “기사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착한 임대료 운동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혹시라도 중기중앙회에서 먼저 얘기가 없을까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무 말이 없어서 몇몇 자영업자들이 직접 찾아가 요청했다고 들었다”이라고 털어놨다.
김 회장은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운영자에게 향후 3개월간 임대료를 50% 인하해줄 것을 제안하고 동참을 촉구해왔다. 김 회장은 지난달 27일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약자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착한임대인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 16개 단체와 관련 회원 조합 657곳, 노란우산공제 재적 가입자 중 임대업자 17만명에 대해 3개월 동안 임대료를 50% 내리는 데 동참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기중앙회는 3월부터 임대료 10~30% 감면을 추진하기로 내부 논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또 2월에는 입주 업체 매출 감소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건물 입주 식당, 카페 등을 이용하는 것은 주로 중기중앙회 직원들이다.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2월달까지는 매출에 타격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지난 2일부터 중기중앙회가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달 임대료부터 업체 규모에 따라 10~30%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내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는 민관을 가리지 않고 2월부터 임대료를 아예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사례들이 나왔다. 경남개발공사는 2월부터 6개월 동안 46개 점포 임대료를 35% 내리기로 했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몰은 2월 상가 임대료를 10% 낮추고 일부는 환급하기로 했다. 홍대 건물주협회장은 본인 소유 건물 9개 층 전체의 2월분 임대료를 전액 받지 않기로 했고 관악구 인헌동 한 상가건물 주인은 건물 내 식당의 2월 임대료를 30만원 인하해 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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