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내놓은 120억이 갈 곳을 잃었다. 기부단체에서 잇따라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신천지가 처음 120억원을 기부한 곳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병)이 11일 공동모금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는 지난 5일 중앙회에 20억원, 대구지회에 100억원 등 총 120억원을 특별성금 계좌로 입금했다.
공동모금회는 신천지 기부금을 당일 반환 처리했다. 공동모금회는 반환 사유로 신천지 측이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금한 뒤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신천지가 도의적·법적으로 민감한 상황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후 신천지는 “다른 기부처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역시 연달아 난색을 표했다.
구호협회는 지난 6일 내부 논의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기부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신천지 측으로부터 코로나19 관련 기부금 접수 문의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신천지에서 120억원 성금 기탁의사를 밝혀왔으나 정중히 거절했다”면서 “앞서 전달 대상이었던 대구시가 기부금을 거부한 점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결과로 타 모금기관과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신천지 측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6일 “지금 신천지가 해야할 일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구시 방역 대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며칠 뒤 신천지는 코로나19 퇴치와 환자 지원 등에 쓰라며 120억원이라는 거액을 내놨으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기부로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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