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8살과 10살 된 아들을 키우는 주부 박모(42)씨는 오는 주말 아이들과 함께 경북 경주로 나들이를 갈 계획을 잡았다 취소했다. 한달 가까이 집에서만 생활한 아이들에게 바깥 바람을 쐐주고, 박씨도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펜션예약이 쉽지 않은 낯선 상황에 마음을 다잡았다.
박씨는 “사람이 없는 외딴곳을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1박을 하려고 펜션을 알아봤는데 두 군데나 만실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모두들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들이 대신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시내에 직장이 있는 김모(38)씨는 최근 퇴근길 부쩍 많아진 데이트족들에 깜짝 놀랐다.
김씨는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시내쪽에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면서 “외출을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줘도 되는데 다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나들이성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지난달 29일 741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일 500~300명이 쏟아지다, 지난 8일 처음으로 200명대를 기록했다. 이후 9일 190명, 10일 92명, 11일 131명, 12일 73명, 13일 61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면서 확진자수가 줄어든 것으로, 콜센터나 병원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은 감염추세가 심상치 않다. 이날도 61명의 확진자 가운데 52명이 일반시민으로 또 다른 지역사회로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봄바람을 쐬고 온 시민들이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올리자, ‘방심은 금물’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맘카페인 ‘대구365’ 회원들 사이에는 ‘나들이 사진 올리지 않기’가 보이지 않은 약속이다.
혹시라도 나들이 사진이 올라오면 “아직은 방심하면 안됩니다. 자제해 주세요”, “나들이 사진 보면 저도 나가고 싶어지니 사진 내려주세요”,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가 모이면 ‘모두가 안 괜찮아집니다’” 등의 댓글로 경고를 주고 있다.
대구시도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말이 코로나19 확산에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권진영 대구시장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은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라 더 철저한 방역 대책을 추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할 때”라며 “이번 주말 외출과 모임, 행사 금지 및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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