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중소상인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자금 대출을 빌미로 시중 은행이 ‘자금이 모두 소진됐다’며 높은 이자를 요구해 말썽이다.
코로나19 관련 정책자금은 이자가 1.5%인데 반해 특정 은행은 2.9% 이자율인 대출상품을 중소상인들에게 권유하고 있는 상황. 이미 배정된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자금이 모두 떨어져 다시 배정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안동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신청해 약 1개월을 기다린 끝에 경북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대출 승인을 받은 권민중(45·가명) 씨는 대출금을 받기 위해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권 씨는 이제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마음으로 은행문을 두드렸지만, 은행원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자금이 모두 떨어졌다"였다.
대출 승인을 받기까지 1개월을 기다린 권 씨는 또다시 무작정 정부의 예산이 배정되기를 기다려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권 씨는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은행에 항의했다. 그러자 은행원은 "지금 당장 돈이 급하면 2.9% 이자(3개월 변동)를 내면 내일이라도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며 "그래도 일반 대출보다 이자가 싸다"고 권유했다.
은행원이 제시한 대출은 신용보증재단 특례보증 대출이자 1.5%에 CD금리 1.4%를 더해 2.9%로 은행 자체 자금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
고민에 잠긴 권 씨는 5년 고정금리인 1.5% 이자를 포기할 수 없어 정부의 자금이 배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은행문을 나섰다. 은행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들의 고혈을 짠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권 씨는 "코로나19 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1개월 가까이 기다렸는데, 대출 승인이 났지만 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며 "정부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는 은행의 횡포를 자제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현재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은 신청부터 승인까지 2~3개월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은행에 정부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더 기다려야 하는 상태이다.
경북신용보증재단 한 관계자는 "정부가 뉴스에서 보름 안에 처리가 된다는 식의 발표는 희망고문"이라며 "업무가 분산되고 인력이 보강됐지만 하루 100건의 신청을 받으면 30건을 처리하기에도 힘이 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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