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보세요' 못한다?...코로나19 진료풍경

'아~해보세요' 못한다?...코로나19 진료풍경

무증상 감염 특징에 골머리...감염 위험 속 적극 진료도 많아

기사승인 2020-03-24 04: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네병원 진료실에서 낮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마스크를 끼고 진료를 받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마스크와 고글, 페이스 쉴드 등으로 무장한 의료진이 적극 진료에 나서기도 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동네병원들이 코로나19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의료진과 환자의 감염 위험뿐 아니라 병원 폐쇄 등 경영상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특징인 무증상 감염도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더 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코로나19 의심 소견이 있는 환자 등에 소극적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우려로 병변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증상 설명 등에 의존해 진료하거나, 감기 환자 등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처방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감염 위험을 무릎쓰고 진료에 나서는 의료진도 적지 않다. 진료과목 특성상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과들도 있다.

증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아 환자가 대표적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감기 환자들은 코로나19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찜찜한 것이 사실이지만,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은 병변을 들여다보지 않고 진료하기가 훨씬 어렵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서 일부 선생님들은 선별진료소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보호장구 갖추고 진료에 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귀·코·목을 들여다보는 이비인후과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고한성 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코와 목을 주로 진료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는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인후통이나 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마스크를 내리기가 두렵기도 하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병원 폐쇄, 자택격리 등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보호조치 하에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다"고 했다.

대비책과 관련해 고 이사는 "기본적으로 KF94마스크, 감염병 전용 고글, 페이스 쉴드를 착용한다. 진료실도 하루에 여러번 소독이 이뤄진다. 혹시모를 에어로졸 발생 가능성 때문에 환자 당 간격을 두고 소독, 환기 조치를 시행한다"며 "소독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어 다음 환자 간 진료 간격이 길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치과 의료진도 감염 우려를 안고 진료에 나서고 있다.  장재완 대한치과협회 홍보이사는 "감염의 두려움이 있지만 어떡하겠나. 새로 환자가 올 때마다 치료기구와 진료체어 등을 소독하고, 환자에도  진료 전 구강소독액으로 헹구도록 하는 등 소독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주 루센트치과 대표원장도 "환자들의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해 감염관리 전문 업체를 통해 멸균실 및 소독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의료진들은 항상 마스크와 페이스가드를 착용하고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의료진들의  다른 고민은 환자 수 감소다. 코로나19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임 회장은 "환절기라 환자가 많은 시기임에도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환자들이 현저히 줄었다. 지금 상태로 한 두 달 더 진행되면 소아과 병원의 80%이상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정책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고 이사는 "코로나19로 소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 여유가 있을 정도"며 "여름에 유행한 메르스와 달라 코로나19는 환자가 많은 봄철에 유행해 경영상 타격이 높다. 개원가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  의료기관에 과도하게 감염 책임을 묻는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이사는 "의료인들은 누가 코로나19환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료에 임하고, 또 어느 정도 위험이 있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에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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